[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대한노인회 대전 동구지회가 관내 경로당 회장 선출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로당 회장은 각 경로당 총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출하도록 돼 있음에도, 동구지회가 선거 절차와 서류 제출을 사실상 강제하며 선거 운영 전반에 관여해 왔다는 주장이다.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노인회 대전 동구지회는 2024년 관내 일부 경로당에서 회장 임기가 종료되자 지회 명의의 선거 공고문을 제작해 경로당 출입구 등에 게시하고, 회장 선출을 위해 이른바 '9가지 서류'를 작성해 지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서류에는 후보자등록신청서, 이력서, 주민등록등·초본, 회원가입(회비납부) 증명서, 회장선출 규정 준수 서약서, 후보자 결격사유 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건강진단서(일반 건강검진 및 치매검사 결과 포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관련 서류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지회 등록을 반려하는 방식으로 압박이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온다. 실제 일부 경로당에서는 지회의 요구를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회장을 선출했다가 이후 등록 절차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한노인회 중앙회와 대전광역시연합회 규정을 살펴보면, 경로당 회장은 해당 경로당 총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며, 상급 기관은 감독권만 가질 뿐 선출 절차에 직접 개입할 권한은 없다. 다만 경로당 내부 사정으로 공정한 선거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경로당이 상급 기관에 선거 관리를 '의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경로당 관계자들은 "동구지회가 경로당의 요청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선거 공고를 내고, 지회 등록을 요구했다"며 "이는 경로당 자치권을 침해하는 월권 행위"라고 주장했다.
중앙회 역시 이 사안과 관련해 "경로당 회장 선출은 경로당의 자치사항이며, 지회가 회장 입후보 등록 서류를 접수하거나 선거 절차를 사실상 주도하는 것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판단은 상급 기관의 징계로도 이어졌다. 대한노인회 대전광역시연합회는 동구지회장이 중앙 규정에 없는 선거 관련 내용을 '규칙' 형태로 제정·공포하려 한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동구지회장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해당 사안으로 징계를 요청받아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며 "다만 청구인 측에서 양형이 가볍다고 주장해 중앙회에 재심이 청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 대전 동구지회는 선거 개입이 아닌 '행정 서비스 제공'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구지회는 "회장 공백으로 인한 경로당 운영 차질과 고령 회원들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경로당의 요청에 따라 선거 공고 게시, 후보자 등록 서류 접수, 기호 추첨 등 행정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며 "이는 선거를 대신 주관하거나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9가지 서류' 요구 논란과 관련해 동구지회는 "해당 서류는 지회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중앙회 운영규정에 명시된 공식 후보자 등록 서류"라며 "건강진단서에 치매검사 결과를 포함하도록 한 것도 중앙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경로당 사례와 관련해서는 "규정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선거 공고가 게시돼 수차례 시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관상 지도·감독 권한에 따라 지회장 명의로 공고를 게시한 것"이라며 "이후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절차로 선출된 회장에 대해서는 등록을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동구지회는 중앙회의 유권해석 이후 후보자 등록 서류 접수 방식은 경로당 자체 접수로 전환했다고 밝혔으며, 규칙 제정 시도와 관련해서도 "경로당별로 선거 규정이 제각각 운영되며 민원이 반복돼 이를 정리하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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