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이 보내는 '위기의 숫자'…한 해 졸업생 99명


학령인구 감소 속 '한 해 졸업생 두 자릿수' 의미
초·중·고 졸업식 잇따라… 지역 유지 전략 시험대

인구 소멸 지역인 울릉도가 겨울왕국으로 변했다. /울릉군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경북 울릉군의 올해 초·중·고 졸업생 수는 99명. 한 해 졸업생 수가 두 자릿수에 그친 이 숫자는, 단순한 학사 일정의 마무리를 넘어 지속되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8일 울릉군에 따르면 2025학년도 관내 초·중·고 졸업생은 총 99명으로 집계됐다.

학령인구가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을 통틀어 졸업생이 1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울릉 지역은 출생아 수 감소와 청년층 유출이 장기간 이어지며, 학교 규모 축소와 학급 감소가 일상화된 지역으로 꼽힌다. 일부 초등학교의 경우 한 학년 졸업생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 졸업 일정은 오는 30일 울릉초등학교(17명) 를 시작으로, 31일 울릉중학교(33명)와 저동·천부·남양초등학교 졸업식이 이어진다. 2026년 1월 2일 울릉고등학교 졸업생 27명이 교정을 떠나면, 울릉의 한 해 학사 일정은 마무리된다.

문제는 이들 졸업생 상당수가 섬을 떠나 진학과 취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청년 인구 감소와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릉군 유일의 고등학교인 울릉고 전경. /더팩트 DB

교육 현장에서는 졸업생 수 감소가 단순히 학교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유지 가능성 자체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학교가 유지돼야 젊은 세대의 정착이 가능하고, 정주 여건이 뒷받침돼야 다시 아이가 태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울릉군은 이런 위기 인식 속에 졸업생 가운데 학업과 학교생활에서 모범을 보인 대표 졸업생 6명에게 군수 표창을 수여하며, 지역 인재에 대한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올해 졸업생 99명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이들이 다시 울릉으로 돌아올 수 있는 교육·일자리·정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인구 감소 대응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졸업생 수 감소를 '결과'가 아닌 '경고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행사 지원을 넘어 교육·주거·일자리 정책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중장기 인구 전략 없이는 '99명'이라는 숫자가 해마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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