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지방에 있다고 무시할 수 없는 국보급 마애불


보물로 묶어두기엔 너무 큰 문화유산

경북 영주시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과 여래좌상 전경 /영주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보물로 남겨두기엔 경북 영주시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과 여래좌상(가흥동 마애불)'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단순한 지역 문화재가 아니라 한반도 불교 조형사 흐름을 재구성할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오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는 이 마애불을 '보호 대상'이 아닌 국가 대표 문화유산, 즉 국보로 격상해야 하는 이유를 본격적으로 따져 묻는 자리다.

'가흥동 마애불'이 갖는 가장 큰 학술적 가치는 양식의 경계성에 있다. 기본 골격은 신라 불교 조각 흐름 위에 놓여 있지만, 얼굴 표현과 신체 비례, 삼존 배치 방식에서는 고구려 계통 불상 특징이 분명하게 읽힌다.

이는 단순한 '영향'의 문제가 아니라 △삼국 간 불교 문화 교류 △북방 조형 전통 남하 △신라 불교 미술 형성 과정을 입증하는 실증 자료로서의 가치다.

국보는 '가장 아름다운 문화재'가 아니라 가장 많은 역사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문화재여야 한다는 점에서 '가흥동 마애불'은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셈이다.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은 단순한 암벽 조각이 아니다. 학계는 오래 전부터 이 불상이 목조 전각과 결합된 신앙 공간이었을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다뤄지는 '목조전각 구조 연구'는 마애불을 조각·건축·신앙 공간이라는 복합 문화유산으로 재해석하는 결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국보로 지정된 다수의 불상들과 비교해도 구조·공간적 확장성 면에서 독보적인 사례다.

국보 지정은 명예가 아니다. 관리와 보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가흥동 마애불'은 풍화, 주변 환경 변화, 접근 체계 미흡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국보로 승격될 경우 △정밀 보존 과학 적용 △국가 단위 장기 보존 계획 수립 △국제 학술 교류 및 연구 확대 △지역 문화관광 질적 도약이라는 실질적 변화가 뒤따른다. 이는 '영주만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문화유산 관리 체계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지금까지 국보 지정 과정은 수도권·중앙 중심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문화유산 가치는 위치가 아니라 내용과 증명으로 판단해야 한다.

영주 가흥동 마애불은 △삼국 불교 미술사의 공백을 메우고 △고구려·신라 문화 접점을 실증하며 △조각·건축·신앙을 아우르는 복합 유산이라는 점에서 국보 기준을 충족하는 학술적 근거를 이미 갖춘 상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배려도, 지역 논리도 아닌 객관적인 학술 판단이다. 학술대회는 시작일 뿐이다.

오는 29일 열리는 학술대회는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이 자리에서 축적될 연구 성과는 국보 승격 신청의 핵심 근거가 되고 더 나아가 한국 불교미술사 서술 자체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흥동 마애불이 국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보가 요구하는 질문과 답을 모두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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