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전북도교육감 선거전이 일찍부터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더팩트>는 도전 의지를 피력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이들을 만나본다.
두 번째 인물은 지난 9월 말쯤 전북 교육감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이남호 전 전북대학교 총장(진짜배기 전북교육포럼 상임대표, 전 전북연구원장)이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전주=김은지, 김수홍 기자] 지난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옛 종합경기장 사거리에 위치한 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은 바쁜 일정 가운데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회의 장벽'을 직접 경험했다는 이 전 총장은 "아이들을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닌, '스스로 꿈을 설계하고, 그 꿈을 향해 걸을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이라고 자신의 '진짜배기 교육'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 여론조사에서 '누가 전북 도교육감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소장, 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전북도교육감 선거에 도전하는 천 교수와는 9%p 차이다. 교육감 선거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나쁘지 않다'는 지역 선거판 분위기도 감지된다.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형 혁신가' 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그는 인터뷰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학력 격차, AI 및 디지털 시대 전환 등 복합 위기에 놓인 전북 교육을 이끌려면 수업을 잘 아는 사람보다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이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진짜배기 교육'은 무엇인가
'진짜배기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입시 성적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아니다. '삶의 기회를 설계하고, 그 기회를 현실로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의미한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회의 장벽을 직접 경험했다. 지역과 환경이 꿈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은 제 삶의 바탕이 됐고, 이러한 경험이 '진짜배기'라는 가치의 출발점이다. 진짜배기 교육은 저의 삶과 현장에서 쌓아온 실천과 철학이다.
경험을 토대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성공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회는 단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여야 한다.
또 '진짜배기 교육'은 아이들을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닌, '스스로 꿈을 설계하고, 그 꿈을 향해 걸을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이다. 제가 말하는 '설레는 교육'은 학교 가는 길이 기대되는 교육, 교사·학생·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 출발선의 격차가 꿈의 포기를 강요하지 않는 교육이다.
-AI·디지털 체제 전환을 통한 교육 혁신은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거대한 흐름 속에 살고 있다. AI, 데이터, 디지털 기술은 저출산·인구 감소, 일자리 변화, 지역 소멸 같은 구조적 위기에 맞서는 강력한 도구다.
전북처럼 농촌이 많은 지역일수록 이런 변화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저는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교육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역량을 키우는 교육 설계'로 이 전환을 주도하고자 한다.
모든 학생에게 AI와 SW리터러시 등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이를 일회성 체험이 아닌 정규 교육과정과 진로 시스템 속에 체계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디지털 기술이 교육의 본질이나 인간적 상호작용을 대체하도록 두지 않아야 한다.
기술은 '맞춤형 학습', '진로 설계', '지역산업과의 연결'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도구로만 활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만 지역사회·산업·대학이 함께 움직이는 '통합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의 핵심 가치는 사람과 지역의 미래를 연결하는 힘이다. '사람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전북교육, 어떻게 진단하나
전북 교육의 현실은 단순히 '학력이 낮다'거나 '교권이 무너졌다' 등의 단편적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마주한 상황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는 '총체적 복합위기'에 가깝다.
전북은 농·산촌 비율이 높고 다문화·취약가정 학생 비중이 타 시도보다 많아 학습 결손·정서적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누적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실제로 읍·면 지역의 학업 성취도는 도시지역보다 현저히 뒤처져 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일수록 학습 결손과 정서·돌봄 수요가 더 크다. 이 문제는 단순한 '학습 지원'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가장 본질적 위기는 학교·가정·지역·산업이 서로 단절된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줄어들고, 아이들은 빠져나가고, 기업은 인재를 못 구하고, 부모님들은 정주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학교의 과부하 구조까지 심각하다.
전북 교육을 단순한 '학력 문제'로만 진단하는 것은 매우 협소하다. 지금의 위기는 학력·정서·돌봄·지역·일자리·정주가 한꺼번에 얽힌 총체적 복합위기다. 교사 한 명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요구해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북 교육의 위기는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의 문제다. 학교·지역사회·산업·대학을 촘촘하게 잇는 '연결의 복원'이 전북 교육을 살릴 유일한 출발점이다. 학교·지역사회·산업·대학이 협력하는 통합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전북교육의 시작이 될 것이다.
-대학 총장 출신으로, 초·중등학교 이해도를 염려하는 이들이 있다
복합위기에 직면한 전북교육은 학생이 살아갈 '미래'를 설계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 교실 경험을 넘어 교육 생태계를 운영할 리더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미래 설계를 위해 '한 명의 교사 출신이 아니라, 한 세대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가 요구된다.
전북대 총장 시절, 전북대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의 운영에 대해 협의하고 실제적 지원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교장 선생님과 학교 상황을 같이 논의하는 등 현장 교육 경험을 했다. 또 전북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실제 전북 교육 구조와 문제점도 경청하는 등 폭넓게 공부했다.
지금 전북교육에 필요한 리더십은 '현장(교사) 출신'만이 아니라 '거시적 설계와 실행력'을 갖춘 리더다. 대학 총장과 연구기관장을 지내며 축적한 경험이야말로, 복합위기에 직면한 전북교육의 혁신과 변화에 적합한 리더로서의 역량이다.
전북 교육이 직면한 문제는 교실 안에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저는 예산을 기획하고 조직을 운영해 왔다. 이는 지식을 전달하는 능력을 넘어 교육이 실제로 삶과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구조를 설계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이다.
최근 국내외 연구들도 교육 경쟁력과 학습 성과는 단순히 개별 교사나 학생의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교육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느냐'가 결국 학생들의 배움과 학교의 질을 좌우한다.
저는 교사 출신을 존중한다. 하지만 초등은 초등의 경험, 중등은 중등 경험만 한다. 유·초·중·고교를 모두 경험한 현장 출신은 존재할 수 없다. 그보다는 전북 교육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행정 능력이 리더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저는 그 길을 실천하며 준비해 왔다.
-유·초·중·고·대학을 아우르는 통합 교육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구상하는 통합 교육 체제는 단순히 학교 단계를 '하나의 줄로 묶는 행정적 통합'이 아니다. 아이 한 명의 성장 과정이 서로 끊기지 않고, 나아가 지역의 삶과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혁신적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오랫동안 전북 교육은 단계별로 섬처럼 분리돼 학생들은 단절을 경험했고 지역은 인재를 이어받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초-중-고-대학 및 지역 산업체를 잇는 '세 가지 연결의 축'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연결된 교육과정이다. 기초 문해력과 디지털 감각이 중학교의 문제 해결 탐구 학습으로 이어지고, 고등학교 학점제를 거쳐 지역대학과 산업체 연계 실전 프로젝트로 완성되는 구조다.
저는 대학 총장과 연구원장으로 산학 협력과 지역 정주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초중고 교육과정이 대학과 지역 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진로 설계 모델을 제시하겠다.
두 번째는 지원 체계의 통합이다. 유아 돌봄, 초등 방과 후, 중고등 진로·정서 지원이 각각 따로 놀고 있다. 돌봄-정서-학습-진로를 하나의 지원 체계로 통합, 아이가 성장의 단계를 지날 때마다 단절이 아닌 이어서 힘을 받는 구조를 만들겠다.
세 번째는 지역 전체를 배움터로 전환하겠다. 전북은 농생명 바이오, 수소·에너지, 문화유산 등 학교 밖 교육 자원이 풍부하며, 최근 피지컬 AI 등 신산업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이 자원을 유·초·중·고교와 대학 학생들에게 연결해 전북 전체가 살아있는 교육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제가 구상하는 통합 교육체제는 '전북을 떠날 이유가 없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다.
-인구 소멸이라는 위기 앞에서 전북 교육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책임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한데
지역 소멸의 위기는 단순한 인구 숫자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의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근본적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학생 늘리기의 단기 처방이 아닌, 정주 여건과 함께 지역 교육의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저는 교육을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교육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기반이자 인프라다. 저는 산업·연구·교육이 서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설계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일에 참여해 왔다.
이 협력 구조 위에 교육·디지털·지역·산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북형 교육 생태계'를 세우고자 한다. 중요한 전제는 교육 혁신이 학교나 교육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가 함께 설계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약속드리는 것은 단순히 학교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전북'을 만드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서 전북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학생 수 감소가 가파르다. 학교 통·폐합, 폐교활용에 대한 생각은
학생 수 감소와 학교 통·폐합이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학령인구 급감으로 통폐합 속도가 빨라졌다. 전북도의회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학령인구는 오는 2029년 12만 명대로 급감하고, 전체 초·중·고교 758개교 중 40%(301개교)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초·중·고교 8개는 내년 3월 통·폐합이 예고돼 있다. 하지만 학교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자 아이와 가족의 삶, 지역 미래를 잇는 사회적 인프라다. 이에 따라 통폐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도 학생들의 교육 격차와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 환경과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폐교는 단순 처분 대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 역사박물관, 가족체류형 생태 유학 시설, 문화예술 창작소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단순 행정 편의가 아닌, 지역 공동체 유지와 학생 중심의 교육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여론이 엇갈린다
고교학점제는 오랫동안 염원해 온 학생 중심, 진로 맞춤형 교육의 핵심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적인 교육개혁 방향이다.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학업을 설계한다는 본질적인 취지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다만, 현장 준비도 측면에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학생 선택권이 실제로는 제한되거나, 행정 부담이 교사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는 문제, 지역 간 교육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교학점제를 유예하거나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고 본래 취지대로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방향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학교 간 인프라 격차 해소가 최우선 과제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수준의 과목 선택권과 진로 탐색 기회를 누리도록 교사 배치, 시설 확충, 지역별 특화 교육 환경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고 올바른 학업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 지도, 보충 학습 지원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전북처럼 농·산촌 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제도가 같아도 기회는 다르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지역대학, 산업체, 인근 학교를 연계한 공동 교육 시스템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과목이 부족한 농촌 학생도 온라인 또는 거점 연계를 통해 원하는 심화 과목을 수강하거나, 대학과 연계해 소외 지역일수록 더 높은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하는 것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지 않도록, 제도 취지와 현장 여건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교육 행정력이 집중돼야 한다.
-초·중·고교 교사의 정치 참여 필요하다고 보는가
교사의 시민적 기본권 보장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매우 복합적이고 민감한 쟁점이다. 저는 교사가 정치적 의견을 갖고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결코 부정할 수 없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의 학습권, 학교 현장의 안정성,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가치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 또한 명확하다. 현재 법적으로 교사는 국가공무원법상 정치 활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교사들의 기본권 침해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두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현실이다.
교원단체 내부에서도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일부 단체는 교사도 시민으로서 정당 가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며, 이것이 살아있는 시민교육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교사가 특정 정치색을 띠게 되면 교실 내 중립성이 훼손되고 학생들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현행 유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회적 합의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결정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 반영해서는 안 된다. 금지냐, 허용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무엇이 금지되어야 하는가'를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논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되 학교 내 정치적 편향을 엄격히 금지하는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사의 사회 현안 연구, 정책 제안, 공적 토론 참여는 허용하되, 학생에게 특정 정당·후보·이념을 지지하도록 유도하거나 교실을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만드는 행위는 명확히 금지해야 한다.
이는 교사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다.
둘째, 사회 참여의 통로를 열어주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교사의 지방의회 의원 출마 자체는 허용하되, 당선 시에는 의무 휴직을 통해 교육현장을 분리해 기본권 보장과 학교 운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교육현장은 정치적 이념 대립의 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공정한 미래를 열어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교사의 사회 참여와 시민의식을 자유롭게 발휘하면서도 그 행동이 교육공동체 내에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선택돼야 한다.
-전주 미산초교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해 큰 논란이다. 그리고 해결 촉구 과정에서 교원노조 등의 일부 감정적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먼저, 최근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상처받은 학생·학부모·교사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안전망이 잘 갖춰진 곳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돌발행동과 사안 인식을 시스템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해당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내기에는 서로의 감정이 격앙돼 있다. 특히 일부 학부모님의 대응에 안타까움이 크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접근하면 어렵지 않을 일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아이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정서적인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얼마 전 공교육 멈춤의 날을 통해 표출된 교사들의 절규는 교육활동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학교 시스템의 현주소였다. 최근 교육 4법 개정 취지처럼 민원 처리 책임을 학교장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제도 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단순 문의를 제외한 악성·반복 민원은 즉시 각 도교육청 산하 시·군 교육지원청이 전담 처리하도록 하고, 민원 유형별 투명한 처리 절차를 더욱 엄밀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육활동침해 사안 발생 시, 법률 전문가와 심리 상담팀을 즉각 투입해 교사를 돕는 '선 지원·후 조치'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모른다. 침해를 받으신 선생님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와 실질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더 나아가 처벌 중심의 접근이 아닌,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교사·학부모가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과 교사의 삶,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삶이 함께 얽힌 문제다. 감정적 대응은 문제를 키울 뿐이다. 교권과 학생권, 학부모의 권리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해야 할 가치다. 제도적 안전망과 투명한 시스템 속에서 해결해 학교가 다시 교육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북 지역 학생과 학부모에게 한 말씀
제가 약속드리는 것은 단순히 '학교를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다. 또 추구하는 전북교육의 목적은 '사람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전북', '아이들이 꿈꾸고 이룰 수 있는 전북'이다.
전북대와 전북연구원에서 추진했던 실천력과 통찰력으로 '학교 넘어 학교, 학교와 학교를 잇는 학교'로 전북 교육의 생태계를 설계하고 만들어 나가겠다.
AI 시대 전북 교육이 길러야 할 인재는 정해진 정답을 맞히는 '모범생'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스스로 만드는 '모험형 혁신가'다. 진짜배기 전북 교육은 지역이 인재를 키우고, 인재가 지역을 성장시키는 교육이다.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전북을 만드는 것이,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서 전북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력 격차, AI 및 디지털 시대 전환 등 복합위기에 놓인 전북교육은 지금 수업을 잘 아는 사람보다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 필요하다.
ssww993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