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안양=김동선 기자] 속칭 탄약대대로 불리며 인근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됐던 경기 안양시 박달동 소재 군부대 탄약시설. 안양 도심에 오랜 시간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빗발쳤지만 군과 기재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양의 변두리였던 이 지역이 도시화됐지만 군 특성상 탄약고를 함부로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0년 처음 당선된 최대호 안양시장은 그해부터 '군부대 이전 및 활용 대책 마련'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2014년 선거에서 실패한 그는 2018년 다시 당선되자 역시 해당 사업을 재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논의를 시작한 지 15년 만인 올해 10월 안양시가 국방부로부터 '박달스마트시티 조성사업'(안양 50탄약대대 이전) 시행자로 지정됐다.
안양시 공무원들에 따르면 이런 성과는 '끈질긴' 시장의 노력이 8할을 차지했다.
박달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은 안양시가 약 100만 평(328만㎡) 규모의 군부대 탄약시설을 지하화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종전 부지를 양여받아 4차 산업혁명 중심의 첨단산업·문화·주거시설을 갖춘 스마트융복합단지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양여부지 복합문화도시 조성사업은 2033년 준공이 목표다.
'끈질긴 시장'은 프로축구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나이 든 서울 사람들에게 안양시는 '안양 포도'로 추억되지만, 프로축구 시민구단 FC안양에게 서울은 '더비' 상대다. 1995년 서울에서 안양으로 연고지를 옮겼던 안양LG(현 FC서울)가 2004년 다시 서울로 이전한 뒤에도 안양 서포터즈는 안양을 떠나지 않고 '안양팀' 창단을 기다렸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그들 중 한 사람이다. 2010년 안양시장에 처음 당선된 그는 2012년부터 팀 창단을 준비해 끈질기게 역경을 뚫고 안양LG가 떠난지 9년 만인 2013년 FC안양 창단의 주역이 됐다.
최 시장은 FC안양 창단식에서 "9년 전 우리에게 아픔을 줬던 팀을 홈으로 불러서 이기고 싶다"고 발언해 환호를 받았다.
그는 마찬가지로 9년 동안 팀 창단을 기다려 온 안양 팬들 사이에서 '구단주 하고 싶어 시장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축구 사랑이 대단하다. 빗속에서 우산을 든 채 묵묵히 팀 경기를 관람하는 최대호 구단주를 비춘 유튜브 쇼츠 영상 '이런 구단주 또 없습니다'는 무려 300만 뷰를 돌파했다.
지난 11월 25일 안양시장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최대호 시장은 자연스럽게 축구 얘기부터 시작했다.
-올해 축구 결과는 어떻게 됐나
8등이다. 그래도 1부 첫 시즌에서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해 충분한 성공작이 됐다. 덕분에 다음 시즌에도 재미있는 더비를 치르게 됐다. 경부선 더비 수원, 이웃사촌 더비 성남, 안양을 떠난 FC서울과의 연고전 더비 등이 볼만할 거다. 특히 지난 8월 FC서울에 2:1로 승리하면서 2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내년 예상 순위는
목표는 좀 더 잘해서 내년에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올라가는 거다. 우리 선수들은 가성비가 좋다. 모두 용병인 모따(브라질)나 마테우스(브라질)처럼 성실하고 열심이다. 3등 안에 들어야 하는데, 현재 코치진과 선수들의 코드 융합이 좋아서 해볼만하다. 특히 전·현 감독들에 대한 선수와 서포터즈들의 신뢰가 엄청나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주민 숙원인 탄약대대 문제를 해결했다. 과정은 어땠나
2010년에 우연히 군 관계자들하고 저녁을 먹는데 탄약시설에 대한 애로사항을 얘기하더라. 1953년에 설치했으니 당시에도 근 60년 된 거다. 낡아서 문제가 많다더라. 위험하기도 하고. 준비를 거쳐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이전 문제를 제기했다. 그때부터 꼬박 13년 걸렸다. 국방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와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고. 밥 많이 먹었다. 정말 진정성을 보여줬다.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붕괴 사고 당시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다. 복구 사업은 잘 진행되나
담당 주무관이 팀장을 거쳐 급히 보고했다. 시장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붕괴 위험을 짚은 거다. 즉시 영업 중단과 대피를 지시했다. 몇몇 상인이 화를 냈고, 일각에서 구조안전진단을 한 뒤 철수해야지 않냐, 주장했지만 너무 위험해서 철수를 강행했다. 그 직후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천만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제가 밥값을 했다. 관할 소방서장도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얘기하더라. 현재 기존 건물은 완전히 철거했고, 임시로 가설 건축물에서 영업하고 있다. 내년 말이면 복구 공사를 마치고 2027년 1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재명 대통령께서 선거 당시 안양에 대한 큰 공약을 해주셨다. 제가 임기 중에 펼친 사업들과 관련이 많다. 지금까지 내건 공약을 제가 상당수 실천했듯이, 바짝 신경 써서 이들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 안양은 정말로 좋은 도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미루지 않고 최종 마무리하고 싶다.
이재명 대통령의 안양 지역 공약은 △위례과천선 안양권 연장 지원 △안양교도소 부지, 복합 문화 녹색도시 완성 △서울서부선 안양권 연장 지원 △서안양 친환경 융합 스마트밸리 조성 △평촌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적기 추진 △경부선 철도 단계적 지하화 및 상부개발 지원 △안양천 국가정원 조성 등 7건이다.
-특히 주목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경부선 지하화와 인덕원 인텐스퀘어 사업이다. 경부선 지하화는 그간 서울 용산, 동작, 영등포, 구로, 금천과 경기 안양, 수원 등 피해를 본 지역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에 녹지와 주거·상업 시설을 건설해 서울 강남 중심주의를 벗어나 수도권 전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거다.
인텐스퀘어는 수도권 서남부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 사업이다. 안양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남부 도시들과 4차 산업혁명 기업을 연계해 한국을 대표하는 미래선도 및 문화 산업의 핵심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텐은 'in ten'이다.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판교 등 주요 생활권에서 10분 안에 접근해 환승·주거·일자리·여가문화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개발사업이 매우 중요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문화와 복지다. 예를 들어 동별 지명에 지역 정체성을 담는 게 필요하다. 안양 1, 2, 3동 이런 식으로 편의적 명칭은 지방자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주민 의견을 담아 행정동 명칭에 역사와 문화를 부여하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시민이 있어야 지방정부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시민 의견을 담은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 축구팀을 경영하듯이 세심하면서도 진취적이고, 끈질기면서도 함께 아파하는 시정을 이어가겠다. 시민들께서 항상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
안양시장 2007년 보궐선거 낙선, 2010년 4.2%p차 당선, 2014년 0.33%p차 낙선, 2018년 17.93%p차 당선, 2022년 1.29%p차 당선 등 최대호 시장의 선거 이력은 관전자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또한 한국방송통신대 총동문회장, 연세대 졸업(학사), 고려대 대학원 석·박사, 고려대 사범대 연구 조교수,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대표, 2021년 초대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회장, 경기 중부권 대형 학원 경영 등 그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끈질긴 그의 정치와 성공 스토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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