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공주대와 충남대 통합 논의, 지역 배제의 민낯

공주대 로고. /김형중 기자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공주대와 충남대 통합 논의가 더 이상 학내 담론을 넘지 못하면서 지역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충남대 총학생회가 공개한 5대 요구안은 '통합'이란 단어의 껍질을 벗겨냈다. 통합대 명칭을 '충남대학교'로, 본부는 대덕캠퍼스에, 공주캠퍼스는 별도 운영하자는 요구는 지역에선 전혀 다른 메시지로 들렸다.

"통합이 아니라 흡수·해체"라는 공주시민들의 격한 반응은 그래서 나온다.

공주 시민사회가 이를 '사실상 종속 구조'로 규정한 건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주대는 70년 넘게 지역의 정주, 소비, 문화 생태계를 지탱해 온 핵심 축이었다. 1만 명이 넘는 학생·교직원의 체류가 상권과 인프라를 떠받쳐 왔다. 대학이 흔들리면 도시는 공동화된다. 지역에선 이미 '통합=생존 위기' 공식이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더 심각한 건 절차다. 시민단체들은 '공주가 빠진 통합'을 지적한다. 국립대 통합은 지역 구조를 재편하는 공공 정책이다. 그러나 공주는 논의 테이블에 없었다. "밀실 추진, 공론화 부재"란 비판은 대학 통합의 정당성 자체를 겨눈다.

지난 23일 출범한 '범시민연대'가 발대식에서 통합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배경도 다르지 않다. 찬반을 떠나 지역 의견이 배제된 통합은 통합이 아니다. 균형 없는 통합은 곧 흡수다.

충남대 학생회 요구안은 의도와 달리 '통합의 민낯'을 스스로 증명했다. 대학 통합의 최종 목적이 무엇이든, 지금 공주에서 필요한 건 서명지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공론장이다.

이름이 통합을 완성하진 않는다. 참여와 균형, 절차가 통합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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