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갑질·성희롱·성추행으로 아팠기 때문에 이번 투쟁이 더 절실합니다. 견고한 그들의 특권의식을 깨는 상징적인 투쟁이라고 생각해요."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비례)이 '직원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되며 촉발된 행정사무감사 파행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 직원의 동료이자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투쟁하는 공무원노조 지부장이 담담하게 목소리를 냈다.
민을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경기도청지부장은 25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싸움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안에 깊게 자리한 특권의식과 성범죄 인식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 생활 중에 감내해야 했던 성희롱·성추행과 갑질 경험을 떠올렸다. 차마 문제 제기도 어려웠던 시간들, 견뎌야 한다는 굴레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망가져 결국 1년의 휴직까지 겪어야 했던 과거가 있다.
그는 "여성으로서 참아야 했던, 참아내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 쌓인 분노와 한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민을수 지부장에 따르면 양우식 위원장의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월, 제기된 문제는 성희롱 발언뿐만 아니었다. 그의 도의원 임기 3년여 동안 온갖 갑질 행위 제보가 노조로 쏟아졌다. 조합원, 비조합원 가리지 않았다. 동료 피해자들은 절규했다.
민 지부장은 상급 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중앙은 물론 경기지역본부 소속 도내 지부들을 결집했다.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항의 시위, 선전전, 의회 방청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의힘과 도의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피하기에 바빴고,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각종 사유를 대며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민 지부장은 "양 위원장이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괜히 스타를 만들어 준 것 같다'는 얘기도 듣는다. 이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그를 감싸는 구조가 본질"이라며 "공직자들에게 갑질을 일삼는 양우식이라는 개인의 처분과 함께 견고하게 반복돼 온 그들만의 특권의식을 흔드는 상징적 싸움이다"고 말했다.
양우식 위원장의 기소 여파는 행정사무감사 파행으로 번졌다. 도지사 비서실 등은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양우식 위원장이 주재하는 행감에 출석할 수 없다며 보이콧했다. 도지사 비서실장은 경기도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다.
민 지부장은 "의회 절차보다 더 앞서 고려해야 할 것이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전공노 경기본부 경기도청지부는 올해부터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현장 방청에도 나섰다. 도민 알권리와 조합원 권익 보호, 나아가 의회와 집행부의 건강한 관계 설정을 위한 활동이다. 상임위별로 행감 모니터링을 진행했지만, 양우식 위원장은 이 또한 막았다.
민 지부장은 "성희롱 가해자로 기소된 인물이 의사봉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공직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오명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투쟁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조직문화를 다시 세우는 점에서 제대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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