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도시, 여수가 가야 할 길


김순빈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법률자문위원

김순빈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법률자문위원. /더팩트DB

최근 여수시는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지역 경제 침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한때 '해양관광 1번지'와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지'라는 명성을 누렸지만, 외형적 성장 뒤에 가려진 구조적 위험은 이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방향 전환의 기회다. 여수시가 지금의 도전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산업 재편·관광 혁신·인구 회복·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4가지 축이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산업 구조의 미래화를 서둘러야 한다.

여수국가산단은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지만 탄소중립 시대에 석유화학 중심의 구조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여수는 이미 풍부한 산업 인프라와 항만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수소·암모니아 기반 청정에너지 산업, 친환경·고부가 화학소재, 해양 신산업(해양플랜트 유지보수, 해양환경 기술)과 같은 미래형 산업 클러스터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해양수산 친환경 전환 정책'과 연계하면 여수는 동북아 친환경 해양물류 중심지로 성장할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관광 산업의 질적 전환 및 여수공항 국제공항 승격을 추진해야 한다.

여수의 관광객 수는 많지만 체류 기간과 소비 금액은 낮다. 단순히 방문객 수 증가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체류형·주제형·고급화 관광 전략이 필요하다.

여수공항의 국제공항 승격은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국내 관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해외 관광객을 끌어와야 여수·순천·광양이 함께 살아난다. 평일 관광객 유지와 지역 경제 회복의 관건은 여수공항 국제공항 승격이다.

2026년 여수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이후 또 한 번 도약의 기회가 있다. 그 기회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다. 성공을 위해서는 여수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을 추진해야 하는 게 기정사실이다. 최소한 국제선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수공항 국제선 승격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아니다. 관광·산업·물류·인구정책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도시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다. 남해안 시대를 열고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하늘길을 넓히는 순간, 여수의 미래도 함께 넓어진다.

셋째, 인구 유입을 위한 교육·정주 환경 개선 및 대학병원 유치가 절대적이다.

여수의 청년층 유출은 이미 위험 신호를 넘어 경고 단계에 있다. 지역이 지속가능하려면 사람을 붙잡을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학교 및 대안교육 모델 유치, 청년 창업·정주 지원 확대, 도심 재생을 통한 문화·주거 환경 개선이 핵심이다.

특히 지역 내에 경쟁력 있는 교육 인프라가 갖춰지면 기업의 인재 유치도 쉬워지고, 외국인 전문가·해외 기업과의 협력도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교육은 도시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의대와 대학병원 유치는 여수 발전의 핵심 과제이며 정치권·시민사회와 함께 반드시 여수에 대학병원을 유치해야 한다.

넷째, 지역 거버넌스를 강화해 시민과 기업이 함께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여수는 관광도시이면서 산업도시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 결정에서 시민·기업·행정 간 이해 충돌이 반복됐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시민 참여형 도시 전략 플랫폼을 구축해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고,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지역 대학·기업·시민단체가 협력하는 상설 협의체를 운영하면 산업 전환, 관광 전략, 인구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위기는 도시를 다시 설계할 가장 좋은 순간이다.

여수가 직면한 위기는 절대 가볍지 않다. 하지만 위기는 방향을 바꿀 기회를 준다. 산업의 미래화, 관광의 혁신, 인구정책의 근본적 전환, 시민 참여의 확대라는 4가지 축이 함께 작동할 때 여수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남해안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 있는 전환이며, 그 전환의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여수시민 모두다. 여수는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도시, 그것이 앞으로 여수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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