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자치와 리더십, 여수가 나아갈 길


명창환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

명창환 전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더팩트DB

올해로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다. 지방의회는 1992년, 집행부는 1995년에 출범했고, 그 이후 대한민국은 중앙집권의 틀을 벗고 지역의 다양성을 살린 지방자치, 지방특화 발전 전략을 추진해 왔다. 지방자치는 지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결정권, 시민이 주체가 되는 참여자치, 지역 간 경쟁을 통한 지방 특화 발전 자치가 본질이다.

30년 동안 많은 도시들이 이 자치의 힘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었다. 여수 출신 정원오 구청장이 이끈 서울 성동구가 대표 사례이다.

다만, 아쉽게도 여수는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는 높아졌지만 정치·행정의 반응 및 변화 속도는 더디고, 가장 크게 리더십 공백이 그 한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여수 위기의 중심에 '리더십 부재'가 있다

여수는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청년 유출, 관광 침체 등 복합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러한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무수한 과시형 정책은 있지만 전략은 없고, 회의는 많지만 결론은 없다. 특히 정부 출범이나 미래산업구조 변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준비성도 부족하다. 도시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휘자가 없어서 멈추는 것이다.

시민을 섬기는 행정이 지방자치의 출발점이다

지방자치는 시민을 중심에 두는 행정으로 완성된다. 헌법상의 국민주권주의를 지방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이 지방자치다. 그러나 여수에서 시민들은 종종 행정이 자신들을 '민원 제출자', '행정의 객체'로만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가 지속되면 지방자치 존재 의의에 대한 시민의 회의와 비판은 높아진다.

시민을 섬기는 지방자치는 공무원의 태도와 자세로 표현된다. 공무원들에게 시민을 섬기는 마음가짐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모범 사례를 발굴해 인사에서 우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을 섬기는 행정'을 시정 제1 방침으로 삼고, 모든 공무원이 시민을 우선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의 첫걸음이다.

청사와 읍면동에서 시민에게 먼저 인사하고, 불편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대응하는 '반응하는 여수시'로 바뀌어야 한다.

부서 칸막이를 없애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시민의 시간은 소중한 자산이다. 민원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부서를 전전해야 하는 구조는 시민을 지치게 한다. 부서 간 의견은 서로 조율하되, 최종 책임은 정책결정자가 져야 한다.

순천시 부시장 재직 시(2014~2016년) 업무의 절반 이상은 부서 간 업무조정이었다. 부서 간 조정 없이는 시민을 위한 행정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는 부서 중심 행정이 아니라 문제 중심, 시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조직을 살린다

지방자치의 신뢰는 인사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사, 능력 있는 사람이 기회를 얻는 인사만이 공직에 동력을 만든다. 반대로 돈과 청탁, 연줄이 떠도는 순간 조직은 시민이 아니라 권력 주변을 섬기기 시작하고, 행정은 신뢰를 잃는다.

지방자치 30년의 교훈은 명확하다. 공정한 행정 조직이 시민을 섬기고, 시민을 섬기는 행정이 도시를 발전시킨다.

토론하고 숙의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지방행정을 둘러싼 문제들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공무원은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시장은 유능·경청·책임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시장이 토론을 주재하고, 공무원들이 문제를 분석하고, 다른 시군의 성공 모델을 연구하며, 시민과 숙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도시가 바뀐다.

'공부해서 일할 만하니 임기가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방행정은 어렵다.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지방자치 30년, 여수가 앞으로 나아갈 길

여수는 다음 세 가지 자치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시민 중심 자치이다. 모든 정책의 기준은 시민이어야 한다. 시민 삶의 질 향상이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문제 중심·통합 자치이다. 산업·교육·관광·복지·도시계획이 따로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 여수의 현안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전략과 방향 아래 움직여야 한다.

셋째, 책임 자치이다. 리더는 결정하고, 추진하고,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책임 없는 리더십은 도시를 멈추게 한다. 지난 30년간 지방자치의 성공 사례들은 책임 자치와 리더십의 중요성을 너무도 선명하게 역설하고 있다.

여수는 지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여수는 경쟁력이 있고 여수의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리더십과 시민을 섬기는 행정문화이다. 시민 앞에서 책임지고, 시민과 함께 해법을 찾고, 시민이 체감하는 결과로 증명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30년의 결론은 명확하다.

능력 있고 책임 있는 리더십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여수는 복합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대전환의 문턱에 있다. 변화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여수의 변화를 선도할 리더십을 선택하는 것은 '위대한 여수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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