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폭 무마 의혹을 둘러싼 학폭위원들의 '가해자 두둔' 녹취가 드러나 충격을 줬지만,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는 정작 "왜 녹취했느냐"는 엉뚱한 공방이 벌어졌다.
심지어 성남교육지원청 담당 간부는 국감 다음 날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을 따로 만나 "(녹취 공개로 난처해진) 임태희 교육감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했다"는 말까지 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전자영(민·용인4) 의원은 10일 성남교육지원청 등 4개 교육지원청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학폭위가 지연된 배경과 보고 여부 등을 따지며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성남교육청 학교폭력 담당 국장이 학폭위원들의 '가해자 두둔' 녹취 파일이 폭로된 지난달 20일 국정감사 하루 뒤 도교육청 감사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국장은 어디서, 왜 감사관을 만났느냐는 전 의원의 추궁에 "공무로 만났다"면서도 "교육청이 아닌 당일 오전 3시쯤 커피숖에서 만났다"고 털어놨다.
또 "(전날 국감에서) 녹취 파일이 나오게 된 배경을 감사관에게 얘기했고, 임태희 교육감이 (녹취 폭로로) 당황했을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했다"고도 했다.
학폭위원들의 충격적인 녹취로 피해자의 2차·3차 피해가 드러났지만, 도교육청 감사관은 사건의 본질 대신 녹취 경위 파악에만 몰두했고, 해당 교육청 담당 국장은 '교육감 심기 의전'에만 신경썼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녹취 파일의 법적 근거와 유출 경위 등을 놓고 엉뚱한 공방만 벌였다.
이은주(구리2) 의원은 "일 처리를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학폭이나 성비위 등은 개인정보가 들어있는데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적 근거 없는 녹취 파일을 왜 만들어서 일을 이렇게 처리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학폭위 녹취가 부정하다는 취지에서 시흥·포천·가평교육장에게 "학폭위 회의 때마다 녹취하느냐"라고 물어 '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김근용(평택6) 의원은 "녹취에서 일부 학폭위원들이 가벼운 발언을 하거나, 가해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일부 장면만 떼네 전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특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밝혀져야 하겠지만 마치 별건 수사처럼 학폭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교육 현장을 압박하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특검 수사 과정에서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단편적인 녹취만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의 지난달 경기도교육청 국감에서 2023년 9월 21일 성남교육지원청 학폭위 위원들이 김 전 비서관 딸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을 면담한 직후 1시간 30여분 동안 징계 조치 수위를 논의는 과정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이 파일에는 "이 학년에서 폭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저는 생각한다", "죄송해요. 강전(강제 전학)은 안 하셔야 돼. 과장님이", "강전(강제 전학)에 대한 부분은 지금 과장님이 이제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도교육청에 문의했는데 초등은 성 사안 아니면 (강제 전학을) 경기에서 내린 적이 현재까지는 없고 학급 교체 이야기를 하니 더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 등의 발언들이 담겼다.
학폭위원들은 강제 전학을 주장하는 피해자 측 변호인을 조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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