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이병수 기자] 충남 부여 출신 이상수(68) 시인의 신작 시집 ‘그대도 가끔 거기 머무나요’가 출간됐다.
40년간 오직 교육 현장에서 몸과 마음으로 2세들을 길러온 이 시인은 은퇴 후 시작한 시 쓰기를 통해 ‘일상의 체온’을 기록하고 작은 것들의 시선을 담아냈다.
이번 시집은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과거에 묶이지 않고 오늘을 견인하는 기억과 선언이 아닌 반복되는 돌봄의 사랑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시인은 ‘봄밤’ 속 ‘새끼손톱만 한 등잔불’ 아래 모시를 삼는 어머니와 숙제하는 화자의 모습을, ‘형상기억합금’에서 ‘아픈 기억은 수명이 없다’라고 말하는 기억의 무게를, 그리고 ‘금강 합류 지점에서’는 물이 만나 품었던 이름을 내려놓는 장면 등 미세한 감각과 사유를 통해 삶과 사랑과 그리움의 깊이를 풀어낸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됐으며 생활 속 순간의 체온과 장소의 기억, 공동체와 머무름의 의미가 조밀하게 배치돼 있다.
그는 ‘칠갑산 휴게소’에서는 떠남과 돌아섬의 섬세한 감각을, ‘캘리그래피 반 사람들’에서는 소소한 공동체의 웃음과 일상을 담아냈다.
또한 ‘수국’과 ‘노각’ 등에서는 삶의 오래됨과 존엄을 시적 감각으로 재현하며, 독자에게 ‘머무는 자리’를 상기시킨다.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관찰과 체험을 통해 의미를 길어 올린다. 그 결과, 간명하지만 깊이 있는 문장 속에 유머와 비애가 동시에 존재하며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울림을 전한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과 ‘머무는 자리’에 대한 질문으로 오늘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안현심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는 ‘결핍’과 ‘그리움’을 먹고 탄생하는 아름다운 생명체"라며 "이상수 시인의 시가 삶의 결핍과 그리움 속에서 빚어낸 치열한 기록"임을 강조했다.
이어 "산문시 형식을 지닌 이 작품은 내용적인 측면이나 형상화 기법에서 ‘시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 시인은 삶을 건너는 방법으로 시 쓰기를 택한 사람이다"며 "이 시인은 시를 쓰며 애환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걸음을 내딛기로 맘먹은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수 시인은 공주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을 역임하는 등 40여 년간 교육계에서 활동했다. 2023년 ‘호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호서문학’과 ‘시삶문학’ 동인으로 활동 중이고 네이버 블로그 ‘시꽃 마을’을 운영하며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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