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농정 예산을) 도지사가 깎고, 부지사가 깎고, 기조실장도 깎고, 양당 대표단·상임위도 깍죠…손톱 깎나요. 플러스(증액)는 모릅니까."
"교육감님 현장 가보셨습니까. 높은 회전 의자에서 뭐 합니까, 권위의식만 가지고. 지금 21세기입니다. AI시대예요."
최고령으로 경기도의회의 '돈키호테', ‘박지원’으로 통하는 박명원 의원(1949년생·개혁신당·화성2)에게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혼쭐이 났다.
박명원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제387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도정과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자로 단상에 섰다. 흰색 안대로 오른쪽 눈을 가린 채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갑자기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이라더니 "기도하는 민족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일성으로 본회의장을 단숨에 장악했다. 그리고는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이메일로 답변이 왔다. 앵무새마냥 몇 말씀 올리고 물러가겠다"고 사전 질의·답변서를 비튼 표현으로 주의를 집중시켰다.
박 의원은 김동연 지사를 향해 "농정예산 늘리라고, 농민 살리라고 그토록 목소리 높였다.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경기도 농정예산 비중이 꼴찌"라면서 ‘농정예산’ 문제를 집중 난사했다.
그러면서 "도지사가 (농정예산) 깎죠, 부지사 깎죠, 상임위도 깎죠"라고 ‘깎죠’ 시리즈를 시현하더니 "적과의 동침"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내 편인줄 알았던 도의회마저 농정예산을 깎았다’는 은유적 표현이었다.
박 의원은 김동연 지사에게 "도민 밥상과 농민 생계 지킬 농정예산이 도지사 재선용 인기몰이용, 허울뿐인 전시행정으로 사라졌다"고도 했다.
박 의원의 ‘모두까기’ 다음 대상은 임태희 교육감이었다.
"교육은 100년지 대계인데 경기도 교육은 1년만 본다"는 일성으로 선전포고를 하더니, 지역구인 화성 새솔동과 남양 등 신도시의 학생 과밀과 교육 기자재 노후화의 문제점을 쏟아냈다.
박 의원은 "남양읍에 초등학교가 5곳이고, 중학교는 단 2곳이어서 과밀이 심각하다. 높은 학교 건물에 교실은 콩나물시루"라면서 임 교육감을 향해 "현장 가봤나. 교실 현실 아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학생은 최신형 PC와 노트북, 교사는 10년도 더 된 PC 앞에서 버벅거린다. 교사의 노후 장비 방치하면서 디지털 교육혁신 말할 수 있나"라고 따졌다.
이어 "높은 회전의자에 앉아서 뭐나. 권위의식만 가지고. 지금이 21세기이다. AI시대"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발언을 잇더니 "너무 흥분했더니 이러다 쓰러져 죽겠다. 그냥 고향 앞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질의를 마쳤다.
오로지 ‘농심(農心)’, ‘미래세대’에 진심인 송곳 지적 속에서도 어눌한 말투와 거침없는 '돌직구' 표현 때문에 본회의장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돈키호테’, ‘경기도의회의 박지원’, ‘취권 도사’ 등과 함께 박명원 의원에게는 ‘7전8기 근성의 초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최고령에도 불구하고 7전8기로 첫 지방의원 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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