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논산=김형중 기자] 수십 년간 이어진 마을길 분쟁을 행정이 풀어냈다.
충남 논산시는 전국 최초로 추진한 '마을길 토지 정비사업'이 첫 결실을 앞두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그동안 사유지로 분류돼 통행 제한과 이웃 간 다툼이 잦았던 마을 도로 문제를 행정 절차를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현재 사업은 연무 죽본지구, 광석 왕전지구, 은진 시묘지구 등 3개 지역에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주민 협의와 경계설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로 지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첫 성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마을 안길이 개인 소유로 돼 있어 울타리나 '통행금지' 표지판이 세워지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흔하다.
수십 년간 주민들이 다닌 길이 막히면서 고소·고발로 이어지거나, 긴급차량 진입이 어려워지는 등 안전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황도로는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어서 행정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논산시는 이 같은 '보이지 않는 갈등'에 주목했다. 토지 소유권과 주민 통행권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를 행정이 선제적으로 풀기 위해 '마을길 토지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지적도에 등록되지 않은 마을길을 실제 이용 현황에 맞게 측량·정비하고, 주민 협의를 통해 경계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사업은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준용해 추진한다. 시는 현장 조사와 측량, 주민설명회, 개별 협의를 거쳐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확보한 뒤 정비 절차에 착수한다. 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는 구간은 행정이 직접 현장을 확인해 조정안을 제시한다.
경계가 최종 확정되면 지적이 정리되고 해당 길은 새 지번과 '도로' 지목을 부여받는다. 이렇게 되면 법적으로도 공공의 통행이 보장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였던 현황도로 문제를 주민 협의와 법적 근거를 통해 해결했다"며 "공공의 역할로 마을의 일상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을의 길을 바로 세우는 일은 곧 공동체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행정이 먼저 나서 이웃 간 갈등을 줄이고 안전한 통행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논산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마을길 분쟁의 제도적 해결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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