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읍=곽시형 기자] 매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민간기업의 출연 저조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기업 기금 출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9개 재벌기업의 올해(8월 기준) 기금 출연액은 목표 대비 58.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속한 출연 목표액을 지킨 기업은 삼성과 GS 단 두 곳뿐이었다.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및 각 재계서열 상위 9개 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롯데·한화·HD현대·GS 등 재계서열 1~9위 그룹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출연한 금액은 총 580억 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의 경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설치된 2017년과 2018년에는 출연이 전무했지만, 2019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평균 15.3억 원을 납부하면서 작년까지 총 124억 8500만 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출연했다.
같은 기간 동안 롯데는 112억 6700만 원(다년협약 잔여분 30억 포함), LG 94억 1100만 원, 현대자동차 83억 1500만 원, SK 68억 9700만 원, 포스코 48억 2000만 원, GS 24억 2000만 원, HD현대 14억 6100만 원, 한화 9억 3100만 원 순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납부했다.
이와 관련 윤준병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간기업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저조 문제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의 기금 출연 저조가 전체 민간기업의 기금 출연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하고 기업별 2025년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이행 목표 등을 확약받았다.
그러나 2025년이 채 3개월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9개 기업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현황을 점검한 결과, 기업별로 확약한 기금 출연액 대비 실제 출연이 완료된 기업은 삼성과 GS 단 2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현재까지 약속 이행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의 경우 2025년 기금 출연 약속액은 30억 원 대비 현재까지 32억 8600만 원을 납부해 납부율은 109.5%로 집계됐다. GS 역시 약속했던 5억 원을 기금에 납부 완료했다. 반면 나머지 7개 기업은 출연 약속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나머지 기업의 납부현황을 보면, 현대자동차는 2025년 기금 출연 약속액 23억 원 대비 현재까지 9억 3900만 원만 출연했고, SK는 출연 약속액 15억 원 대비 2억 5000만 원만 출연해 12억 5000만 원을 미납부한 상태이다. 포스코는 7억 원(10억 대비 3억 출연), 롯데 6억 8600만 원 (15.4억 원 대비 현재 8억 5400만 원 출연), LG 6억 6400만 원 (15억 대비 8억 3600만 원 출연), HD 현대 3억 3000만 원(5억 대비 1억 7000만 원 출연)을 각각 미납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9대 기업이 올해 출연을 약속한 금액 대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실제 출연한 금액은 71억 3500만 원으로 기금 출연 약속 이행률은 58.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9대 기업이 올해 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에는 709억 원을 출연하면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액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준병 의원은 "9대 재벌기업들이 올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을 이행한 곳은 삼성과 GS 두 곳뿐"이라며 "나머지 7개 기업은 약속 이행까지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한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FTA 체결과 이에 따른 수입 개방으로 고통받았던 농어민과 농어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올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금액이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해 출연한 금액의 10분의 1조차 되지 않는 점은 농어민의 희생을 외면한 채 자기 배 불리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약속한 기금 출연을 제대로 이행하고, 농어민·농어촌과의 상생협력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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