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스포츠는 사람들의 단합과 지역 경제 활성화, 문화, 관광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최근 '스포츠 관광(Sports Tourism)'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가 됐다.
경기관람형·참가형·체험형 관광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스포츠 관광은 지역 경제, 사회적 연대, 문화 교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 경기관람형은 올림픽, 월드컵 등 프로경기나 국제대회가 열리는 특정 지역을 방문해 경기 자체를 즐기는 동시에 지역 문화와 관광도 체험하는 유형이다.
참가형은 마라톤, 골프, 철인3종 경기 등 직접 스포츠에 참여하면서 일반 관광과 달리 능동적이고 독특한 경험을 얻는다.
체험형은 특정 지역의 자연 환경과 스포츠 시설을 활용하고 체험하는 관광으로 자전거 투어, 해양 스포츠, 겨울철 스키 체험 등이 있다.
또 스포츠 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첫째, 관광 수입의 증가이다. 숙박, 식음료, 교통,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가 진작된다. 둘째, 고용 창출이다. 이벤트 준비, 운영, 홍보와 같은 과정에서 다수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특히 지역 주민이 고용으로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도시 브랜드 가치의 상승이다. 넷째, 사회·문화적 효과이다. 대규모 스포츠 행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국제 대회는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장이 된다.
도시의 경제·문화적 성장을 이끈 선진 스포츠관광 도시의 정책과 성과를 알아본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통한 도시 변모'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하계 올림픽 개최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완전히 재정립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 전역의 인프라가 현대화됐다. 해안선 정비, 교통망 확충, 지속가능한 경기장 활용 등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스포츠 관광 도시로 성장했다. 올림픽 기간 중 약 20억 유로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멜버른 '스포츠 관광의 중심지'
호주 멜버른은 '세계 스포츠의 수도'로 불린다. 매년 호주오픈테니스, 포뮬러1그랑프리, AFL(Australian Football League) 결승전 등을 개최해 전 세계 팬들에게 도시 브랜드를 알렸다. 또 경기장 주변에서 지역 음식 체험, 음악 축제 등은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멜버른의 스포츠관광은 매년 약 24억 호주달러의 경제적 가치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로잔 '스포츠 행정과 관광의 융합'
스위스 로잔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본부가 있는 '올림픽의 수도'이다. 연간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올림픽 박물관을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 관련 국제기구가 있다. 컨벤션과 스포츠의 연계로 국제 스포츠 컨퍼런스·포럼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스포츠 관광과 비즈니스 관광을 동시에 활성화하고 있는 도시이다.
◇두바이 '스포츠와 사막을 연결한 창의적 접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전통적인 관광 자원 외에도 스포츠 관광을 활용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고유의 사막 환경을 활용해 낙타경주, 사막랠리, 샌드보딩 등의 스포츠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월드컵 경마대회, 골프, 요트 레이싱 등의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해 고급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인천은 2014년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스포츠 관광 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아시안게임 당시 인천은 40개 이상의 신규 및 기존 스포츠 시설을 활용하며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송도의 첨단 도시 이미지는 국제마라톤과 철인3종경기 같은 스포츠 이벤트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인천은 다채로운 스포츠 관광 자원을 보유했다. 경인아라뱃길 자전거 코스, 스포츠 이벤트와 콘서트 등 다목적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뿐만 아니라 서해안과 접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요트, 카약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해외의 많은 국가에서는 단발성 대규모 스포츠 대회나 엘리트 스포츠 대회를 지양하고 지역의 전통과 명성을 잇는 관광자원으로서 스포츠 이벤트를 발전시키고 있다. 1976년 3월부터 매년 개최되는 '홍콩 럭비 세븐즈'는 10만 명이 찾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7인제 럭비대회이다. 성공 요인은 선수나 임원 등만을 위한 것이 아닌 관광객, 관람객 등의 다수를 위한 이벤트와 일회성 행사를 탈피해 문화, 축제, 관광이 함께 통합적으로 기획되고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국내 울산시에서도 바다, 강, 고래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축제 프로그램에 수영과 용선경기를 포함하는 생활체육 이벤트를 펼쳐 전국적인 스포츠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켰다.
이제 스포츠 이벤트가 단지 엘리트 스포츠를 중심으로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수단이라는 명분에 앞서 모두가 즐기는 축제로서 수익 창출과 지역 경제 파급효과라는 경제적 논리를 뛰어넘어 경기 참여자, 관람자, 관광객,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경험하고 소통하는 교류의 장으로 기획돼야 할 것이다.
또한 독창적인 부대 프로그램과 축제문화를 형성하여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서 도시 브랜드 가치도 함께 제고시킬 수 있는 스포츠 이벤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스포츠 이벤트 관람과 참여의 체험에 대한 다양한 감성적 스토리를 만들어 공유하고 이벤트에 대한 좋은 기억과 즐거운 경험을 통해 재방문할 수 있게 하는 홍보와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 '동북아 베네치아'를 향한 인천의 미래 스포츠 이벤트 추진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유치이다. 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같은 국제대회 유치는 스포츠 관광 활성화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을 활용한 접근성은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지역 특화 프로그램 개발로 인천의 자연환경과 도시 이미지를 활용해 독창적인 스포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청라와 경인아라뱃길을 잇는 자전거 투어나 강화도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트레일 러닝 대회는 관광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스포츠와 문화의 융합으로서 스포츠와 지역 문화를 결합한 테마 투어가 필요하다. 송도의 첨단 도시 이미지를 바탕으로 현대 스포츠 투어, 차이나타운과 연계된 전통 문화 체험 스포츠 프로그램은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넷째, 지속가능한 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기존 스포츠 시설을 현대화하고, 자연 친화적인 야외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섯째, 글로벌 홍보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글로벌 캠페인으로 젊은 세대 등에게 인천의 스포츠 관광을 알릴 필요가 있다.
스포츠 관광은 지역 경제와 도시 브랜드를 새롭게 열어갈 중요한 열쇠이다. 인천은 이미 국제적인 도시로서 스포츠 관광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와 관광이 만나는 지점에서 도시의 미래가 빛날 것이다. 전략적 접근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때다.
글=홍진배 인천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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