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다국적기업과 고소득자의 해외 법인·계좌를 통한 역외탈세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최근 5년간 추징한 세금만 6조 7000억 원에 달하며, 지난해 부과세액은 1조 3776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갑)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999건의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진행해 연평균 1조 3000억 원대 세금을 추징했다.
조사 건수는 2020년 192건에서 지난해 20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수법이 세법 전문가 조력에 힘입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유형으로는 △이전가격 조작 △고정사업장 회피 △무형자산 무상이전 △원천징수 회피 등이 꼽혔다.
이전가격 조작 사례에서는 국내 법인이 코로나19 시기 수요가 급증한 제품을 해외 관계사에 저가로 판매해 이익을 국외로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또 해외 중간지주사가 배당을 실제로 받았음에도 세율이 낮은 다른 국가 모회사가 배당을 받은 것처럼 꾸며 세금을 회피한 경우도 확인됐다.
고정사업장 회피는 외견상 해외에서 주요 사업을 수행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국내 자회사들에 기능을 분산시켜 수익을 올리면서 과세를 피한 사례다.
무형자산 무상이전도 적발됐다. 국내 법인이 맡던 판매 기능과 고객 계약을 해외 관계사에 무상으로 넘겨, 국내에서는 매출이 급감한 반면 해외 법인이 이익을 챙긴 경우다.
원천징수 회피 수법도 드러났다. 국내 법인이 단순 판매업자로 형식적으로 전환한 뒤 막대한 수입대금을 해외 관계사로 이전하면서 상표권 사용료는 내지 않고 원천징수세액과 법인세를 줄인 것이다.
조승래 의원은 "다국적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는 국가 재정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며 "국제 공조 강화와 조사 역량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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