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경주=박진홍 기자] 최근 경북 경주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가 시민들을 조롱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을 대량으로 설치, 지역 사회가 크게 분노하고 있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경주시 교통 요지 12곳에 '이번 벚꽃마라톤 때 월성본부가 무료로 주는 국수도 맛있게 먹었잖아!' '한수원이 5년 동안 법인세만 1조 6000억 원을 냈다지요?'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각각 3장씩 내걸렸다.
또 '세금 말고도 매달 예술의 전당 공연도 한수원에서 지원한답니다', '54년 동안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 지방세로 2190억 원 냈다지요'라는 현수막도 대량 게시됐다.
이밖에 '경주시의 자랑 월성원자력본부, 항상 여러분과 같이 함께 합니다'는 현수막도 설치됐고 이들 현수막 왼쪽에는 한수원 로그가 새겨져 있다.
경주시민 A(55) 씨는 "'무료 국수를 맛있게 먹었잖아!'는 현수막 문구는 시민들을 거지로 비하한 대단히 모욕적인 표현"이라며 "공기업이 상상할 수 없는 말들로, 시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 B(61) 씨는 "한수원 본사가 10년 전 경주로 온 것은 자기들 필요에 따라 경주로 이전한 것"이라며 "평소 지역 관련 업무들을 선민의식 속에서 밀실 행정 처리한 한수원의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들 현수막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감정적 홍보'라고 비난했다.
경주시원전범대책위위원회는 "현수막 부착 의도를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회 혼란까지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주시체육회 한 관계자는 "월성원전의 벚꽃마라톤대회 무료 국수 지원은 원전 홍보를 위한 것"이라며 "생색내기를 넘어 시민들을 거렁뱅이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지역 지원 사업을 주민들에게 알리고자 현수막을 게시했다"면서 "민원이 제기돼 회수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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