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백제왕도 핵심 유적 발굴 성과 일반에게 첫 공개


나성서 새로운 성문 확인…가림성선 성벽 변천사 드러나

부여 북나성 12차 발굴 조사 2지점 현장 장면. /부여군

[더팩트ㅣ부여=김형중 기자] 충남 부여군과 백제문화재단이 오는 4일 백제왕도 핵심 유적 발굴 성과를 일반에게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당일 오전 10시 부여읍 쌍북리 '나성(북나성, 제12차)' 발굴 현장에서, 오후 2시에는 임천면 군사리 산 7-10번지 '가림성(제9차)' 발굴 현장에서 각각 현장 설명회가 열린다.

부여 나성은 사비도성의 외곽을 둘러싼 성곽으로, 도성을 방어하고 내·외부를 구분하는 핵심 시설이다. 538년 사비 천도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사비도성이 치밀한 계획도시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꼽힌다.

이번 발굴은 북나성과 부소산성이 실제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직접 연결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 부소산성 판축성벽과 새로운 성문 '북동문지'가 확인됐다. 북동문지는 3차례 이상 수·개축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2단계 성문은 백제 사비기 성문 축조 기술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성문은 통일신라 시기까지 개축이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소산성 성벽에서는 구상유구, 보강석렬 등 다양한 흔적도 함께 확인됐다.

이번 성과는 사비도성 북쪽 방어선과 도성 내부 교통 체계를 새롭게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계에선 북나성과 부소산성이 만나는 실제 지점이 부소산성 내 취수장 일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림성 서문지 발굴 조사지 전경. /부여군

가림성은 '삼국사기'에 동성왕 23년(501년) 축조 기록이 남아 있는 산성이다. 이번 조사는 서문지와 남·북측 성벽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발굴 결과, 백제 시기 초축 이후 통일신라·고려·조선을 거치며 4차례 이상 수·개축된 흔적이 드러났다.

서문지에서는 배수시설과 단시설이 확인됐으며 고려 시기에는 성문 위치를 약 5m 뒤로 옮겨 문루를 설치했다.

조선시대에는 입구를 좁혀 '凸' 자형 방어 구조를 만들었다. 북측 성벽은 백제가 다듬은 면석을 이용해 '品' 자형으로 쌓기 시작했으며, 이후 고려·조선에 걸쳐 개축이 반복됐다.

특히 급경사 암반 지형을 성토해 성내 공간을 형성한 백제의 토목 기술이 뚜렷하게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후대 왕조에서도 재활용될 만큼 견고한 축성 기법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여군은 "이번 발굴은 백제에서 조선까지 이어지는 장기간의 성문·성벽 축성 기술 변화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성과"라며 "유적의 진정성을 지키는 보존·정비 방안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학술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장 공개는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발굴 현장을 직접 보고 조사단 설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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