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즈와 분위기에 취하다…'2025 유성재즈&맥주페스타' 가보니

지난 달 29일부터 31일까지 유림공원에서 열린 2025 유성 재즈&맥주 페스타에 시민들이 재즈와 맥주를 즐기기 위해 모여있다. /정예준 기자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유림공원에 어둠이 내려앉자 여름밤은 낯선 무대 위로 변모했다.

색소폰을 비롯한 관악기들의 선율이 바람을 타고 번지자 잔디밭 위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은 가족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무대보다 푸드트럭의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슬러시에 더 관심을 보였지만 어느새 연주가 시작되면 부모 곁에 기대 앉아 귀를 기울였다.

재즈와 맥주라는 이름을 달고 열렸지만 이곳은 누구보다 가족들이 편히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웅산의 깊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이들은 장난을 멈추고 무대를 바라봤다.

한 아버지는 어린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맥주잔을 들지 못한 대신 아이 손에는 맛있는 슬러시가 들려 있었지만 그 또한 축제의 한 장면이었다.

가족 단위의 참여자들이 음악에 몰입하는 모습은, 이 축제가 단순히 '어른들의 여름밤'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맥주 부스 앞은 여전히 붐볐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

엄마와 아빠는 수제맥주를 들고, 아이들은 음료와 간식을 들고 함께 잔디밭으로 향했다.

잔디 위에서 서로의 잔을 부딪치며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축제는 세대를 넘어서는 경험이 되었다.

누군가는 "재즈는 낯설지만, 아이와 함께 들으니 색다른 추억이 된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감동의 무대는 이어졌다.

드론 700대가 하늘 위에 펼친 빛의 향연 앞에서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음악과 빛, 그리고 가족의 웃음소리가 뒤섞이며 공원 전체가 하나의 큰 무대가 됐다.

2025 유성 재즈&맥주 페스타에 참가하는 시민들을 맞이하는 입구 조형물 모습 /정예준 기자

이번 페스타의 힘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음악과 콘텐츠에 대한 집중이었다.

무대를 채운 것은 뮤지션들의 진정성 그리고 그 진정성을 함께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태도였다.

볼거리 위주의 축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콘텐츠에 머무는 경험'이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유성재즈&맥주페스타'는 가족 친화형 문화축제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술과 음악이라는 단순히 어른의 취향에만 머물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전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지역 축제가 단순한 흥행을 넘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시민은 "맥주를 마시러 왔는데, 결국 음악이 남았다"고 웃었고 또 다른 이는 "대전 한복판에서 이런 무대를 만날 줄은 몰랐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유성재즈&맥주페스타'는 이제 도심 속 대표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여름밤 감성과 가족 추억이 겹쳐진 이 축제는 음악과 맥주를 넘어 지역이 지향해야 할 문화정책의 방향까지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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