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라사랑, 구경만 할 일인가…태극기 게양 의미와 우리의 현실


이갑상 신경주대학교 산업안전보건학과 교수

이갑상 신경주대학교 산업안전보건학과 교수. /이갑상 교수 제공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아침.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40가구 중 태극기를 게양한 집은 단 2가구였다.

광복을 맞이한 기쁨과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는 날에 나머지 38가구의 창문과 베란다는 그저 평범한 일요일처럼 고요했다. 태극기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태극기는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과 자존심이 깃든 상징이며 나라를 지켜낸 역사의 증언이다.

전쟁과 위기 속에서 태극기는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해외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목숨을 건 투쟁 깃발이었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월드컵 경기장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는 5000만 국민의 심장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은 독립기념일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가정과 상점, 심지어 차량에도 성조기가 걸린다.

프랑스 역시 국가 기념일 바스티유 데이(Bastille Day)에는 거리가 삼색기로 물든다.

일본은 국경일마다 관공서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일장기를 게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공서와 일부 학교만이 의무적으로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사랑은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전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생활 속 실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홍보·계도 활동이 요구된다.

방송과 신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고 각 가정이 손쉽게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태극기를 다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작고 간단한 행동 속에는 '내 나라를 사랑한다'는 의지가 담긴다.

나라가 어려울 때 태극기 아래 모였던 선열들을 기억한다면 광복절·국군의 날·현충일 같은 날만큼은 우리 집 베란다에도 태극기가 당당히 휘날려야 하지 않겠는가.

나라사랑은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다. 태극기 게양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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