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광복 80년, 독립운동은 여전히 진행형….'
14일 정오 수원시 화서동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 오찬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초청으로 각각 카자흐스탄, 중국, 키르기스스탄에서 방한한 독립유공자 계봉우·이동화·허위 선생의 후손 7명의 앞에 도자기 선물이 놓여 있었다.
수안 장영안·세장 김세용·한도 서광수 등 경기도 도예 명장 3명이 만든 도자기다.
후손들은 도자기 함 뚜껑 안쪽 메시지에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광복 80년, 독립운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흙을 빚어 세상을 밝고 빛나게 하는 도자기처럼 조국의 광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의 뜻을 기억하고 계승하며 존경의 마음을 담아 당신께 드립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도자기를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던 역사적 사실에 착안한 선물이었다.
또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인 무궁화가 오찬장 한쪽에서 후손들을 맞았다. 애국의 정신은 세대를 넘어 계속돼야 한다는 말을 건네는 듯했다.
오찬은 편수, 골동반(비빔밥), 단호박 소불고기, 망개떡, 수정과 등이 나왔다.
편수는 개성지방에서 빚어 먹던 네모난 모양의 여름 만두이다. 후손들이 살고 있는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만티', 중국 '샤롱바오'와 비슷하다.
골동반은 여러 노선 속에서도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하나의 목표로 단결했던 선열들의 개방성, 유연성, 화합을 상징했다.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이 동지들에게 나눠줬던 망개떡은 후식으로 나왔다.
김종진 선생의 손자인 김호동 광복회 경기지부장과 오희옥 지사의 아들인 김흥태씨, 안중근 의사의 외 현손녀인 최수아 어린이와 그의 아버지 최재황씨도 국외에서 온 후손들과 함께 식사했다.
계봉우 선생의 손녀 계 다찌야나(75)씨는 "저와 아들, 사촌 친척들이 할아버지께서 오고 싶어했던 이 땅에 처음 왔다. 고맙다"고 말했다.
계봉우(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 선생은 북간도·연해주 일대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지식인 독립운동가로 '의병전' 등 글을 독립신문에 실었다. 이동화(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 선생은 의열단원으로 항일 무장투쟁을 이끌고,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제6대 군사조교관으로 활동했다. 허위(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선생은 평리원 서리재판장(오늘날 대법원장 서리)까지 올랐으며, 을사늑약 뒤 의병 투쟁을 벌였다.
김동연 지사는 "우리 후손들께서 고국 대한민국과 계속해서 인연을 맺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독립유공자와 애국지사 후손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감사를 받을 수 있게 역사 바로 세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왕산 허위 선생의 손자 허 블라디슬라브(75) 씨는 "할아버지는 한국이 이렇게 나눠진 것을 이해하지 못하실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 통일돼야 독립운동이 끝났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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