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인 올해 일본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붓글씨) 귀환 프로젝트를 가동해 일부 작품의 국내 봉환에 성공했다.
도는 14일 일본 소장자와 협상한 끝에 유묵 두 점 가운데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 작품을 최근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폭 41.5cm, 길이 135.5cm의 비단 명주 천에 글자 8자가 쓰여 있고 한쪽에 안 의사를 상징하는 장인(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힌 작품이다.
이 작품의 글귀는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의미이다.
일본의 제국주의가 한창 뻗치던 지난 1910년 3월 '일본의 멸망'을 강하게 경고하는 작품으로, 안 의사의 유묵 가운데 직접적으로 '일본의 멸망'을 유일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안 의사가 일본제국 관동도독부(여순감옥과 재판부를 관장)의 고위 관료에게 건넨 것이다. 이 관료의 후손이 그동안 보관해 왔다.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림 없었던 안 의사의 기개와 역사관, 세계관이 담겼다고 도는 설명했다.
국내에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와 일본 소장자의 협상을 중재한 민간 탐사팀이 현재 보관 중이다.
하지만 도가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첫 번째로 국내에 들여오려 했던 작품인 '獨立(독립)'은 아직 일본에 있다.
일본 교토 류코쿠 대학이 보관 중이지만, 도는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함께 우선 구매 협약서를 확보해 일본 소장자와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은 안 의사가 지난 1910년 2월 뤼순 감옥에서 직접 써 일본인 간수에게 건넨 작품이다. "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죽는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폭 31.5cm, 길이 66cm의 천에 가로로 글자 2자가 쓰여 있고, 마찬가지로 한쪽에 안 의사의 장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앞서 도는 20여 년 전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2점을 최초 발견한 민간 탐사팀이 일본 소장자의 반환 의사를 확인하면서 이들과 협력해 귀환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귀환이 무산되면 작품이 해외 수집가나 개인 소장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프로젝트 성사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도는 두 유묵이 모두 돌아오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안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와 가까운 DMZ에 '안중근 평화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서 안중근 기념사업은 물론 추가 유묵 발굴 수집, 동아시아 평화 교류를 위한 연구와 포럼 등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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