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곡동 침수 사고…수문 개방 안 되고 고장 방치 등 총체적 안전불감증


15년 전 유사한 침수 피해 있었음에도 관리 소홀 여전해
대구시·북구청 사고 원인 놓고 서로 '네 탓' 공방 벌이기도

지난 17일 배수시설 고장으로 침수된 대구시 북구 노곡동 식당가. /뉴시스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지난달 17일 발생한 대구시 북구 노곡동 침수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대구시가 빗물펌프장의 시설물과 인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빚어진 인재(人災)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승섭 노곡동 침수사고 조사단장(경일대 건설방재학과 교수)은 4일 대구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으로 △노곡동 마을을 관통하는 빗물펌프장의 직관로 수문이 고장나 있던 점 △호우 발생 시에 가동되는 또 다른 배수로의 제진기(부유물, 침전물을 제거하는 장치)가 늦게 가동돼 정상 가동이 멈춘 점 △관리 주체가 달라 소통 부재로 인해 고지배수로 수문이 계속 개방된 점 등이라고 밝혔다.

안 단장은 "3가지 사고 원인 중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침수 피해가 줄어 들었을 것"이라면서 "빗물펌프장을 운영하는 대구시와 상류쪽 고지배수로를 운영하는 북구청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첫째, 직관로 수문의 경우 빗물을 금호강으로 직배수하기 위해 100% 개방(수문 높이 250㎝)해야 하지만 당시 고장으로 통수단면적의 3.18%(수문 높이 7.95㎝)만 개방돼 직관로의 배수능력이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직관로 수문은 지난 3월 고장이 났으나 방치됐다가 6월쯤 강봉과 고리로 수문을 걸어놓는 등 임시 조치만 했고, 사고 발생 때에 그마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구시는 "수리나 교체를 고민하다가 시점을 놓쳤다"라고 해명했지만, 여름철 집중호우를 앞두고 중요시설물을 고장난 채 방치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게이트펌프 1개가 지난해 3월 고장났는데도 방치하다 지난 7월 철거하고 새로 보강하지 않는 등 중요 배수시설의 관리도 문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둘째, 호우 발생 시 직관로 수문은 폐쇄되고 또다른 배수로가 개방돼야 하지만 이 배수로의 제진기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것도 원인이었다.

이 제진기가 뒤늦게 가동되면서 이미 쌓인 유송잡물로 인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배수로의 기능을 상실하게 했다는 것이다.

안 단장은 "빗물펌프장 직원이 당시 상류쪽 고지배수로를 운영하는 북구청과 연락해 '수문을 닫아라'라고 요청하던 중 주민들이 문을 두드리며 조치를 요구하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제진기를 작동시켰다고 증언했다"면서 "그 때는 이미 늦어 제진기가 유송잡물에 막혀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셋째, 북구청이 운영하는 고지배수로 수문이 당시 열려 있어 부유물을 포함한 물이 배수로의 제진기 쪽으로 대거 유입돼 제진기 가동을 멈추게 한 것도 또다른 원인이었다.

대구시는 사고 발생 직후 "고지배수로 수문을 일찍 닫았으면 침수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며 사고 책임을 북구청으로 돌리는 듯한 모습이었고, 북구청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금호강 외수위 조건(21.0.m)에 맞춰 수문 개폐를 했다"라고 해명했다.

안 단장은 "배수 시설물의 관리 주체가 일원화되지 못해 소통을 제대로 못해 신속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노곡동과 유사하게 고지배수로와 펌프장을 운영 중인 전국의 39개 고지배수로 시설을 조사해보니 대구에서 운영하는 2곳(노곡동·다사서재)만 관리 주체가 다르고, 다른 곳은 모두 기초지자체(시군구)가 일괄 관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시 북구 노곡동 일원 배수처리 현황. 분홍색 실선 위쪽은 북구청이 관리하는 고지배수로 구역이고 분홍색 실선 아래쪽은 대구시가 관리하는 배수펌프장 구역이다. /대구시

조사단은 "이달 중 발생할 수 있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방재시설 전반에 대한 긴급 점검, 고장난 시설의 임시보강, 우기중 고지배수로 수문 폐쇄, 펌프장 관리인력 보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대구시에 요구했다.

대구시는 사고 발생 후 지난달 22일부터 사고 원인과 대책 마련을 위해 민간 전문가 5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17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48.5㎜의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북구 노곡동 283번지 일대 식당가가 침수돼 사업장 20곳과 주택 5곳, 자동차 40대, 이륜차 1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앞서 15년 전인 2010년 7월 노곡동 일원에서 배수시설 미가동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두 차례 있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해 대구시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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