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베네치아, 인천-4] 종교 건축, 대중 커뮤니티 구현 공공성 발휘돼야


성당 광장은 도시와 자연·시민 연결 장소
성베드로성당·스페인계단 등 광장에 발길

바티칸 미켈란젤로 돔에서 내려다본 성 베드로광장. /투어링클럽 이탈리아노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도심에 성당이 들어선다면 어떤 기능과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지난 2022년 여름, 인천 연수구 송도2동성당 신축 설계 공모에 참여하면서 가진 첫 구상이다. 건축 부지는 도시와 자연이 접해 있는 송도국제도시 6·8공구 랜드마크시티공원 입구였다.

유럽의 건축 투어는 대부분 중세시대 성당을 돌아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성당 건축에서 가장 큰 공통점은 성당 앞에 조성된 광장이다. 역사적으로 종교(성당) 건축은 대중의 모임이나 집회를 위한 광장을 중심으로 건축됐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중세의 시대적 특성과도 연관된다. 현재 로마 바티칸시티도 성베드로성당을 중심으로 대중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하는 성베드로광장이 위치한다. 이와 같이 성당 건축은 중세시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앙심의 DNA와 함께 광장을 중심으로 대중의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공공성을 품어왔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스페인광장은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장소이다. 인근 스페인대사관의 영향으로 18세기부터 스페인광장으로 지칭되고 있는 곳이다. 스페인광장으로 연결된 성삼위일체 계단은 1723년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의도를 담아 공사에 들어갔다. 계단 위의 삼위일체성당으로부터 아래 스페인광장까지 3개의 빈 광장을 조성해 삼위일체의 세상을 상징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스페인광장과 스페인계단은 상부의 삼위일체성당과 연결된다.

현재 한국에서도 성인을 모시는 성지는 대부분 넓은 부지와 외부공간 조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서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충북 제천의 배론성지는 우리나라의 순교 성인들을 기리는 곳이다. 특히 중국에서 성 김대건 신부와 함께 세례를 받고 우리나라의 초기 신앙 정착에 기여한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를 기리는 곳이다. 계절마다 자연의 풍광을 즐기고 추억을 만드는 일반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순교 성인을 기리며 자신의 신앙생활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은 전체 방문객의 10~20% 정도이지만 나머지는 전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차지하는 실정이다. 배론성지는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된 핫플레이스로서 지역 사회에서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성당은 하느님을 모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함께 광장이나 넓은 부지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일반 대중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

강화 동검도의 채플갤러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을 배경으로 신앙적인 영감을 느끼며 기도할 수 있는 기도실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갤러리 쉼터를 갖췄다. 이곳을 찾는 외부인들은 신앙과 관계없이 기도실을 방문해 자연과 신앙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대중을 위한 대규모의 공공장소가 없더라도 자연과 조화하는 종교 건축의 경건함 등을 통해 공공성을 발휘하게 된다. 강화도 초입의 동검도에는 쉬어가는 차 한 잔의 여유뿐만 아니라 수려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성당과 기도실이 여행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송도2동성당의 조감도와 투시도. /엘앤피건축사사무소

송도2동 성체성혈성당 부지는 랜드마크시티공원의 초입의 도로 모퉁이 이면 도로와 접하고 있다. 부지의 특성상 도시와 자연을 연계하고, 성당 건축으로서 공공성과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수반됐다. 전면 도로변에서 각각 9m씩 후퇴해 건축선이 지정되어 있어서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면적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발코니석을 포함해 약 1000석 규모의 대성전을 계획하기에는 빈틈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선에서 비교적 소규모의 부지에 성당 건축의 특성인 공공성을 확보하고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건축계획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성당 건축 현상 공모 프로젝트의 초기 목표이며 과제였다.

주변이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도시변의 입면은 도로축에 대응하여 도시의 모던하고 간결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자연과 접해 있는 공원변은 곡면의 매스와 고딕창호 등을 적용해 고전적인 이미지를 표출했다. 성당 1층은 필로티 구조로서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이 자유롭게 진출입할 수 있도록 통과 개념을 적용하여 성당이 지역 사회에서 공원과 도시를 연계하는 공공성의 매개가 되도록 했다. 2층 대성전은 도로변과 공원에서 직접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외부 계단을 설치했고, 2층의 오픈 스페이스와 옥상 스카이데크에서 공원과 직접 연계하여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를 마련해 자연과의 교감을 도모했다.

송도2동성당은 공모 설계 시 성당의 기능에 도시와 자연을 연계하는 지역 사회 커뮤니티의 중심 장소로 조성하고자 설계 목표를 정하고 공모안에 반영했다.

설계 공모 당선 후 세부적인 설계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성당 건축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공공성에 대한 계획 개념은 성당의 내부 기능을 보완하게 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1층에서 도시와 자연을 연계하는 통로는 식당과 사무실 등이 배치되면서 대부분 성당의 내부 커뮤니티 기능으로 바뀌었다. 공원을 조망하며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2층 오픈 스페이스는 글라스 창호로 막혀서 성당 쉼터(카페)가 됐다. 하지만 외관 디자인 면에서 도시의 모던함과 자연의 클래식한 이미지와 원형의 건축 매스를 보전했다.

건축물이 준공된 후 기능 면에서 건축선 후퇴로부터 마련된 풍부한 전면 광장과 성당 부지로부터 시작되는 랜드마크시티공원은 송도2동성당을 중심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도 도심 자연과의 경계점에서 송도2동성당은 공원의 시작점인 지정학적 위치와 종교건축의 특색있는 건축적 볼륨에 힘입어 도시와 자연의 흐름을 이어주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 건축 성당은 도시와 자연환경, 대중이 함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이다. 성당 입구의 진입 광장은 도시와 자연을 연계하는 이정표가 된다. 성당 건축이 종교적 기능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적 역할을 활성화하는 구조로 조성되길 바란다.

글=이용성 엘앤피건축사사무소 대표·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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