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밤'으로 유명한 충남 공주 지역에서 비품 밤을 활용해 식품 브랜드 '아레테(Arete)'를 선보인 1999년생 여성 청년 창업가가 있다. 미국 UC버클리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경험한 조소운 대표. 그는 "작은 아이디어가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의 길을 걷게 된 조 대표를 만나 그녀의 꿈과 목표, 앞으로의 희망찬 미래를 들어봤다.
-여성 청년으로서 쉽지 않은 창업을 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충남 공주에서 밤 농장을 운영하는 지인분께 들은 이야기가 출발점이었어요. 겉에 흠집이 있거나 벌레가 조금 먹은 밤은 상품성 부족으로 전량 폐기된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죠. 겉모양이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밤들이 많은데 그 밤들도 맛과 영양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데 말이죠.
그때 '이걸 잘 활용하면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에게도 좋은 제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디어로 2024년 소상공인진흥공단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하게 됐고 본격적인 창업의 문을 열었습니다.
-브랜드 '아레테(Arete)'는 어떤 의미인가?
'아레테'는 고대 그리스어로 '가장 순수한 본질, 최상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저는 식품을 만들 때 원재료의 본질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국내산 공주 알밤만을 사용하고 버려지던 '비품 밤'을 직접 수매해 제품화하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첫 제품 '밤율(栗) 밤라떼'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제품 기획 단계부터 시장 조사를 철저히 했습니다. 시중 밤 제품들을 살펴보니 외국산 원료를 쓰거나 향료로 맛을 내는 제품이 많더라고요. 저는 원가 절감보다 '진짜 재료'를 택했어요.
'밤율 밤라떼'는 공주 밤으로 만든 밤 페이스트와 약간의 향료만 들어가고 색소나 보존제는 넣지 않았어요. 소비자가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했죠.
-창업의 어려웠던 점과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물론 늘 순탄했던 건 아닙니다. 공장에서 원하는 질감의 밤 페이스트를 구현하기 위해 6개월간 수십 번의 샘플 테스트를 반복했죠. 밤 특유의 텁텁함을 줄이면서도 고소한 맛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그래도 그 과정을 버티며 지금의 제품을 완성했을 때 느낀 성취감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남긴 '정말 밤 맛이 제대로 난다', '아이 간식으로 너무 좋다'는 후기가 어려움을 극복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브랜드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5월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토스쇼핑 등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7월에는 공주 제민천 밤페스티벌에 참가해 밤라떼, 밤미숫가루, 밤잼샌드위치 등 다양한 밤 메뉴를 소개했어요. 오는 8월과 10월에도 다시 참여할 계획입니다.
또 지역 카페·베이커리와 협업을 통해 밤 디저트 메뉴를 매장에 맞춰 공동 기획 중입니다. 앞으로는 B2C뿐 아니라 B2B 유통망까지 넓히려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기능성 제품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올해 3월 청주의 스톨존바이오와 협약을 체결하고 철갑상어 추출 성분을 활용한 건강식품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 밤뿐 아니라 블루베리, 복숭아, 딸기 같은 지역 과일의 비품도 활용해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도 추진 중입니다. 선물용 패키지의 강점을 살려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건강한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지역 특산품 기반의 관광 기념품 시장에도 진입해 '지속가능한 로컬 브랜드'로 자리잡는 게 목표입니다.
진정성 있는 원재료와 지역 농가과의 연대를 무기로 버려지던 자원을 새로운 가치로 바꿔내는 아레테 조소운 대표는 자신을 '창업자'보다는 '연결자'로 소개한다. 밤과 사람, 농부와 소비자, 지역과 도시 사이를 잇는 다리라고.
조 대표의 진심이 무겁지 않게 그러나 단단하게 전해졌다. 그의 여정은 아직 한참 더 남아 있었고 "작은 변화가 모여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그녀의 말 속에 아레테는 단순한 식품 브랜드가 아닌 마음을 담은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젊고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 그녀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tfcc202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