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조수현 기자] "1500자 분량의 논술형 수행평가 수십 건을 채점하다보니 실질적인 피드백이 불가능합니다. 수행평가는 교육이 아니라 행정이 되고 있습니다."
경기도내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A씨는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수행평가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토로했다.
A씨는 "공정성 논란과 민원 압박 속에서 수행평가가 교육적 도구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구조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교조 경기지부의 이날 회견은 교육부가 이달 초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수행평가 부담 완화를 위한 협조사항‘과 그에 따른 도교육청의 설문 내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교육부의 지침 등이 "학교 현장에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고, 평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지부는 "교육부는 공문에서 과제형 수행평가를 금지하고, 시기 분산·횟수 조정을 유도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 없이 원칙만 나열해 되레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실제로는 기말고사 직후 2학기 평가계획을 강제 제출하도록 하는 등 교사의 행정 부담만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이 수행평가와 관련해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인 설문과 관련해서도 "교사의 전문성이나 운영 역량이 부족해서 수행평가에 문제가 생긴다는 식의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도교육청은 교사 등을 상대로 ’담당과목의 특성을 고려한 수행평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수행평가 개선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등을 묻고 있다고 한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이런 문항이 "마치 수행평가의 문제점은 교사의 평가 운영능력 부족이나 성찰 부족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작 가장 큰 문제인 지침 일률화, 평가 유형 강제, 행정 과잉 등의 본질적 구조는 외면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교과별 40% 이상인 수행평가 비율 자율화 △논술·서술형 평가 유형 강제 철회 △평가컨설팅 선택화 및 실질적 지원 △수행평가 총량 및 시기조정 △교사 보호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이재민 전교조 경기지부장은 "학생들이 인서울 1등급을 목표로 잠을 3~4시간으로 줄여 가며, 한 학기에 30여 차례에 달하는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신뢰하고, 평가가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교육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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