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충남 공주 마곡사의 제31대 주지 선거에서 원경스님이 4선 연임에 성공했다.
겉으로 보면 종단 내 흔한 인사 정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당선은 단순한 주지직 연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경스님은 17일 마곡사 관음전에서 열린 산중총회에서 총 156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 가운데 87표를 얻어 65표를 획득한 재민스님을 제치고 주지에 당선됐다.
그는 "지역 불교 활성화를 위해 헌신하면서 승려 복지 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 많은 스님들이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복지 혜택 마련에 힘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연속성'이다. 불교계는 종종 단임 리더십의 한계로 인해 장기 계획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4선 주지는 신뢰와 검증, 실천이라는 3박자를 갖춘 결과물이다. 원경스님의 연임은 신도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원경스님은 그간 마곡사와 천안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와 불교계의 연결 고리를 튼튼히 다져왔다. '지역 불교 활성화'라는 과제를 현장에서 묵묵히 실천해온 점, 승려 복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과 실행 의지는 이번 선거에서 높은 득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4선이라는 경력은 동시에 무거운 책임도 안긴다. 이제 신도들은 '잘할 것 같은 스님'이 아닌 '이미 잘 알고 있는 스님'에게 더욱 명확한 성과를 기대할 것이다. 특히 승려 복지 제도의 실질적 변화, 청년 포교 활성화, 마곡사의 문화적 가치 확장 등은 단순한 의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난제들이다.
원경스님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익숙함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쌓아올린 기반 위에 새로운 도약을 설계하느냐.
4선 주지라는 유례없는 경험이 후자에 힘을 실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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