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도시 청양의 반격은 스포츠였다"


체육으로 살린 경제, 세대가 함께한 변화의 기록
체육 중심의 지역 재설계 실험…농촌미래 모델 주목

청양군이 지난 5월 제28회 용인대학교총장기 전국 중.고등학교 검도대회를 열고 있다. /청양군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고령화와 인구 감소, 청년 유출 등 지방 소멸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농촌. 충남 청양군은 이 위기를 '스포츠'라는 다소 생소한 키워드로 정면 돌파했다. 민선 7기 이후 6년간, 스포츠는 곧 경제가 되었고 복지로 이어졌으며 세대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농촌의 기반이 됐다.

단순한 체육행사 유치에서 벗어나 체류형 소비 구조 창출, 전국 최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 실업팀 창단을 통한 엘리트 체육 육성 등 청양군만의 전략과 성과는 이제 대한민국 농촌의 미래를 가늠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스포츠가 살렸다"…체육을 지역경제 동력으로 만든 청양군

청양군이 스포츠를 중심으로 지역 체질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경기 유치에 머물지 않고, 체계적인 스포츠마케팅 전략을 통해 체류형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13일 군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청양군이 유치한 각종 체육대회는 총 1112건, 참가자 수는 22만 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 투입된 사업비는 약 157억 원,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900억 원에 달한다.

청양군의 전략은 단일 대회 중심이 아닌 연중 다양한 종목과 연령대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지역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 함께 '체류형 소비' 구조 정착도 큰 성과다. 과거처럼 대회 후 바로 철수하는 형태가 아닌, 선수단과 관람객이 며칠씩 머무르며 숙박, 식사, 전통시장 방문, 농산물 직거래 등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청양군 지난 2023년 8월에 열었던 세계주니어 탁구대회 장면 /청양군

스포츠마케팅 성과는 체계적인 전략 수립에 있다. 청양군은 종목별 선호도, 계절별 적합 종목, 연령대별 유입 효과를 철저히 분석해 연중 대회 유치 계획을 세워왔다. 봄엔 검도, 여름엔 복싱·탁구, 가을엔 파크골프·게이트볼, 겨울엔 실내 구기 종목을 중심으로 한 분산 운영이 대표적이다.

2023년 한 해 동안만 전국 규모 대회 198건을 유치, 4만 5000여 명이 청양을 찾았다. 숙박과 식비 등 직접 소비액만 수십억 원에 달하며 지역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청양군은 스포츠마케팅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다. 행정 시스템을 전방위적으로 스포츠 친화적으로 재편했다. 각종 인허가 간소화, 경기장 현대화, 체육회 역량 강화 등도 병행 중이다.

또한 주민 참여형 조직과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통해 군민들이 직접 스포츠 행정에 참여하고 수익과 자긍심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해 나가고 있다.

◇ "전국 최대 파크골프장, 청양 경제 홀인원"

청양군이 내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108홀 규모 충남 파크골프장'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시설 수준으로는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이 파크골프장은 고령친화형 스포츠를 넘어 체류형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돈곤 청양군수가 내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108홀 규모 충남 파크골프장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청양군

청양군은 이미 WHO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파크골프를 비롯해 게이트볼, 생활체조, 배드민턴 등 고령층에 맞춘 종목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특히 파크골프는 접근성과 안전성, 경쟁성을 두루 갖춰 시니어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중·청년층으로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새로 조성 중인 108홀 규모 파크골프장은 기존 36홀 시설을 3배로 확장한 형태로, 하루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전국 최대 시설이 될 예정이다. 청양군은 이곳을 중심으로 전국 대회, 동호인 교류전, 리그전, 국제 시범경기 등 행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핵심은 '머무르는 스포츠'다.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서 1~2박 이상의 체류형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관광과 소비를 연계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관광지 순환 셔틀, 농촌체험 패키지, 지역음식 투어 등도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이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을 넘어, 복지·의료·관광이 융합된 '복합 스포츠 복지 클러스터'로 확장될 계획이다. 운동처방 전문가, 물리치료사, 시니어 헬퍼 양성 과정 등 특화 인프라도 함께 구축 중이다.

청양군은 해당 시설을 통해 관광·체육·복지·경제가 융합된 신산업 모델을 구현하고, 전국 시니어층을 겨냥한 통합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역 복지시설 및 의료기관과 협력해 재활운동, 건강관리,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청양군이 지난해 10월 유치한 제21회 문체부장관기 전국택견대회 장면. /청양군

◇ "탁구 실업팀 창단, 청양형 스포츠 생태계의 출발점"

청양군은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섰다. 군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탁구 실업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를 경제, 교육, 청년 일자리, 지역 홍보와 연결하려는 이 실험은 농촌에서도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청양군은 이미 탁구 분야에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왔다. 지난 2021년부터 매년 10회 이상의 전국·도 단위 탁구대회를 개최해왔다. 2023년에는 국제탁구연맹(ITTF)이 인증한 'WTT 유스 콘텐더'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국제대회 역량도 인정받았다.

실업팀이 창단되면 지역 청소년 선수들에게는 실업팀과 함께 훈련하고 멘토링을 받는 현장형 교육환경이 조성된다. 이는 스포츠 교육을 넘어 진로 설계와 직결되는 청양형 통합모델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실업팀과 지역 학교, 체육회, 생활체육 동호회를 연계해 청소년 진로교육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체육과 교육,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맞물리는 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향후 타 종목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탁구 실업팀 창단은 청양형 체육정책의 완결판"이라며 "스포츠를 통해 청양이 다시 성장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돈곤 청양군수가 최근 정산초 탁구부를 격려하고 있다. /청양군

◇ "스포츠로 지역 바꾸는 청양의 실험"

청양군의 스포츠마케팅은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 유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인구 구조, 산업 기반, 복지 수요, 교육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포츠를 중심축으로 한 지역 재설계를 추진해왔다.

청양군의 도전은 농촌 자치단체도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실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스포츠가 곧 경제가 되고 복지가 되며 활력이 되는 시대. 청양군의 실험은 대한민국 농촌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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