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안양=김동선 기자] 경기 안양시청 사거리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교통카드로 결제하고 좌석에 앉으니 버스 운행이 시작됐다. 그런데 버스 기사가 조향장치(핸들)를 잡지 않고 있다.
운전자 간섭 없이 핸들이 좌우로 움직이니 차체가 방향을 바꿔가며 주행한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임시 주차한 차량을 발견한 버스는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기다렸다가 회피기동까지 척척 해낸다.
운전자인 허동현 매니저는 만약을 대비해 전방을 주시하면서 무전기로 상황실에 운행 상태를 보고한다. 그는 회피기동을 준비하는 버스가 차량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면 자율주행을 중단하고 운전한 뒤 다시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조수석과 승객석에는 승객들이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모니터에서는 운행정보 외에도 주변을 지나는 차량 모습까지 제공됐다.
비산체육공원에서 여성 승객이 탑승한다. "범계역까지 가는 직선 노선이 이 차뿐이라 자주 이용하는 편"이란다. 자율주행버스인 줄 알면서 이용한다는 이 승객은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아도 일반 버스와 승차감이 같다"고 평한다.
실제로 자율주행버스는 정류장 정차 지정 구역 인근에 차량들이 주차해 있자 지정 구역에 정차하지 않고 일반 버스가 그렇듯 주행 차선 인근에 정차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안양시는 지난 2020년 8월 '안양형 뉴딜 종합 추진계획'으로 자율주행 운행 기반 마련을 위한 '자율주행 시범사업' 추진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같은 해 10월 경기도 '퍼스트(First) 정책공모 대상'을 수상하면서 60억 원의 시범사업 종잣돈을 마련했다.
이후 용역을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시설계까지 마친 뒤 지난 2022년 8월 버스 제작 계약체결 등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1년 뒤인 지난 2023년 7월 자율주행차량 '주야로'가 제작·출고됐다. 임시운행 허가 취득 및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지정을 받고 12월부터 시운전과 시범운행을 거쳐 지난 2024년 8월 자율주행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주야로'는 주간·야간 노선으로 구분 운행한다. 주간 노선은 주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산로, 체육공원, 음식문화 특화거리 등 다중이용시설이 집중돼 있으면서도 이동 편의성이 낮은 지역을 운행 대상지로 했다.
야간노선은 대중교통 취약 시간인 심야·새벽 시간 주민 이동 수요를 반영, 주요 전철역과 상업지역 경유 노선을 운영한다.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 2024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탑승객 만족도 조사(응답자 784명) 결과 청결도, 안전 운행, 정보 제공, 서비스 만족도 등 항목에서 응답자의 93.6% 이상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또한 재이용 의향, 신뢰감, 배차간격, 탑승 전후 대비 만족도, 주행 노선 적정성 등 항목에는 응답자 86.4% 이상이 대체로 만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안양시는 '주야로' 확대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들의 노선변경과 증차 요청 등 요구사항을 반영해 주·야간노선 운행 횟수·시간을 확대한다. 야간노선은 지난 1월 2일부터 확대·시행하고 있다. 주간노선은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또한, 지난 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위탁운영 사업자로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삼영운수를 선정해 본격적인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위탁운영비는 6억 7000만 원이다.
약 30분간 운행을 마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 앞에서 주차한 자율주행버스를 바라보며 '테슬라로 대표되는 자율주행 승용차 시대에서 대중교통까지 자율주행 시대로 갈아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일반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다시 자율주행 자동차로, 세상은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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