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내려놓지 못해 화 자초한 윤 대통령 '종말의 시간'을 보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4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 | 무안=홍정열 기자] 2024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한해의 끝이 며칠 남지 않은 이맘때면 사람들은 다사다난했던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게 마련이다.

특히 이번 세밑은 '12·3 비상계엄'이라는 엄청난 돌발사태로 대다수 국민이 개개인의 일들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여유마저 빼앗기고, 국정 혼란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 지금 윤석열 정권의 몰락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국면 속에서 많은 이들은 '윤 대통령은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마땅히 내려놓아야 할 것을 내려놓지 못한 아집이 지금의 화를 자초했다는 아쉬움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검사라는 막강한 신분으로 평생을 보낸 윤 대통령은 피의자를 윽박지르며 살아온 삶의 관행을 내려놓지 못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헌법 정신을 받들어야 하는 최고 정치인이 됐지만, '나를 낮추고 국민들을 높이는' 하심(下心)을 챙기지 못했다.

두 번째로 그는 만인의 대통령이 됐지만, 세속의 욕망으로 얽힌 사사로운 인연을 내려놓지 못했다.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한 '패거리 인사'를 반복했으며, 급기야는 '명태균 사태'라는 어이없는 국기문란 중대 범죄 의혹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한 정적을 향한 적개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악마화하는 증오심을 내려놓지 못하니 소통과 대화의 정치는 재임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내려놓지 못해 화를 자초한 윤 대통령은 지금도 내려놓기를 주저하고 있다. 내란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고 탄핵소추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방이라도 끊어질 위태로운 동아줄을 움켜쥐고 내려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인 정철훈은 "추수를 앞두고 삶을 마감한 농부의 죽음이 가장 안타까운 종말"이라고 탄식했다. 부지런히 밭을 일궜으나 올 한 해 꿈꿨던 결실을 끝내 이루지 못했기에 아쉬움과 회한에 젖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 아래서 다시 길을 나설 것을 다짐하는 일몰의 시간이다.

기자도 적지 않은 시간 몸담았던 <더팩트>를 내려놓게 됐다. 내려놓으니 옭아맸던 욕심의 경계심이 허물어져 좋다. 굳이 종교적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무욕의 일상에서 만상(萬象)과 동행할 것이라 마음 추스르니 화를 자초할 여유마저 없어진 듯한 느낌이다.

차 한 잔의 여유와 비움의 겸손과 낮은 자의 고난을 일상에서 체감하고픈, 안간힘을 쓰지 않더라도 그것이 습관처럼 삶의 하심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진정 평온한 욕심으로 작용하기를 소원한다. 평화를 빌며 기자의 아티클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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