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국 단체장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의 발언 한마디, 페이스북 게시글 하나하나가 전국 언론에 비중 있게 보도되는 일이 잦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여서 관심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그의 뛰어난 정치 감각과 재치는 자신을 늘 돋보이게 한다. ‘점잖음’과 ‘고지식함’으로 일관했던 역대 대구시장들을 돌아보면 이런 시장은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19일 공개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를 보면 대구시민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홍 시장은 탄핵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두 차례 책임총리제를 건의하면서 "내정이 힘들면 내가 대구시장 그만두고 올라가서 도와드리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왜 경선에서 패배한 후 대구시장으로 내려왔겠나. 여기서 준비하고 역량을 갖춰서 4년 후에 올라가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시장이 평소 솔직하고 직선적인 화법을 구사해온 것을 볼 때 그의 속내가 가감 없이 드러난 인터뷰임이 분명하다. 홍 시장의 말에서 ‘희생정신’ ‘구국 의지’ 같은 것도 느낄 수 있겠지만, 소시민으로서는 그런 대의에 감탄하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다. 아무리 좋게 봐도 대구시장직은 중앙정치를 하기 위한 발판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임시직’ 비슷한 자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해도, 시민으로서는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부에서 시민들은 어려운 지역 살림살이를 견인할 수 있는 분이라고 시장으로 뽑아놨는데, 뭘 제대로 해놓은 것이 있다고 서울로 올라갈 궁리만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평소 홍 시장의 ‘대구 탈출’ 의지는 그 자신이 애용하는 페이스북에서 잘 엿볼 수 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요즘에는 거의 매일 게시글을 올리는데 많을 때는 하루에 서너 개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한다.
대구와 연관된 글은 찾아보기 어렵고, 정국 상황, 특정 정치인 비판,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해명 등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달 들어 올린 57개 중에는 대구와 연관한 것은 1일 자 ‘대구FC 1부 리그 잔류’ 하나뿐이고, 지난달에 올린 26개 중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관한 글이 유일하다.
홍 시장의 눈과 귀는 물론이고 손까지 온통 중앙정치에 쏠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할 일은 한다’라고 해명하면 할 말이 없지만, 대구의 최고 어른이 ‘몸 따로, 마음 따로’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대구시장은 그냥 거쳐 가는 자리가 아니다. 236만 명 대구시민의 살림살이를 보듬고 이끌고 가는 막중한 자리임을 한시라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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