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2025년도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종시는 16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제94회 정례회 5차 본회의에서 수정 의결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전부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시의회 예결위는 세종시가 제출한 1조 9818억 원 규모의 2025년 예산안에서 약 186억 원을 삭감하고 이를 다른 항목으로 증액 편성한 수정안을 의결했다.
수정안은 일반회계 세출예산 중 정책 만족도 조사와 컨설팅 등 59개 사업에서 총 145억 613만 원을 감액하고, 이를 복지와 주민 공동 이용시설 긴급 보수 등 51개 사업에 증액 배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김하균 세종시 행정부시장은 예결위의 모든 증액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으며 최민호 세종시장 역시 같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 시장은 본회의에서 "시민 안전과 민생 등 꼭 필요한 사업은 의회의 의견을 반영했지만, 다른 사업은 재정 여건을 고려해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면서 "의회가 집행부 동의 없이 증액과 새로운 비목을 반영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이어 "혼란스러운 정치·사회적 상황 속에서 대립과 반목이 계속돼 시민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협치를 위한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세종시와 세종시의회가 협치와 협상 능력 부족을 드러낸 것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세종시는 예산안을 편성할 권한을, 시의회는 이를 심의·의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며 특정 사업의 예산을 증액할 경우 시장은 해당 사업에 한해 동의 또는 부동의 할 수 있다.
최 시장은 예산안 논의 초기부터 증액된 항목에 대해 '부동의' 할 뜻을 시사했으며, 실제로 권한을 행사했다.
시의회가 오는 26일까지 예결위 재심사를 거쳐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시의회 여야 간 대립 구도로 갈등 봉합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예산안 파행으로 인해 세종시의회와 세종시 간의 갈등이 시민 생활에 미치는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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