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남원=이경선·최영 기자] 전북 남원 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요양병원이 고령의 환자에게 치매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약을 장기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B씨(당시 74세)는 2017년 3월 교통사고로 전치 16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C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에겐 가족이나 법적 보호자가 없어 먼 친척이었던 A씨가 모든 입원 절차를 대신 진행했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B씨에게 기억력 감퇴와 치매 증상이 급격히 나타났고, 그해 11월쯤 치매 3급 판정을 받았다.
추후 A씨가 투약 기록지에서 요양병원 측이 B씨에게 수면 유도제 '스틸렉스정'을 3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복용케 한 것을 확인했다.
스틸렉스정은 기억력 감퇴 부작용이 보고된 약으로 1개월 이상 투약 시 주의가 요구되는 의약품이다.
약학정보원 의약품 상세정보에는 이 약의 용법·용량에 대해 "치료기간은 가능한 짧아야 하며 '4주'를 넘지 않도록 한다. 치료기간에 따라 남용과 의존성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환자 상태에 대한 재평가 없이 최대 치료기간(4주)을 초과하여 투여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전주시 약사회 관계자는 "스틸렉스정은 1개월 이상 장기 복용할 경우 일부 환자에게 기억력 감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내가 알기론 B씨는 입원 전까지 인지능력이나 기억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C요양병원에 입원 후 치매증상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이 법적 보호자가 없는 환자를 쉽게 관리하려고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약을 투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또 "B씨는 2017년 3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8월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요양병원은 환자를 방치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요양병원 입원 당시 잇몸 문제가 심각해 이가 돌출되는 등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완전히 방치된 상태였다"며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면회가 제한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당시에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B씨는 전주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돼 입원 치료를 받는 상황이다.
A씨의 주장에 대해 C요양병원 관계자는 "입원 당시 B씨에게 이미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시간이 많이 지나 당시 병원장과 의료진이 대부분 교체된 상태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B씨는 보호자가 없어 병원비가 미납된 상황이었으며,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 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B씨의 법적 후견인을 신청한 상태로 이미 병원비를 완납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했으며, 논란이 되는 문제가 해결되면 병원비를 모두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