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이종행·나윤상 기자] 올해 하반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일어난 작업자 안전사망사고가 작업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안전관리'를 매뉴얼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내부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작업자 개인의 과실보다는 사측이 예산 절감을 위해 안전인력 채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안전사고가 아니었냐는 얘기다.
앞서 지난 7월 2일 오후 5시쯤 광주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2층 고무 생산작업 구간인 타이어 정련 공정현장에서 지게차 '포크'에 실린 고무가 1m 아래로 떨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40대 작업자가 고무 더미에 깔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차량계 하역 및 운반기계 안전작업계획서'(매뉴얼)에 따르면 작업자는 지게차 한 대당 3명을 의무·배치해야 한다. 작업자는 작업반장(지휘자)·지게차 운전자·유도자(신호수)로 나뉘는데, 작업반장과 유도자는 전·후방에서 지게차에 실린 화물이 운전자의 시야 등을 방해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등 이동 경로를 확보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작업 현장을 지켰어야 할 작업반장 A 씨가 대체 업무 차 다른 생산 공정에 투입된 뒤 지게차 운전자만 홀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개 작업반장은 자신이 맡은 각 생산 공정 구간에서 자리를 지키며 안전관리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점심·저녁·휴식시간 등 일부 작업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땐 작업반장이 해당 자리를 대신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작업자들의 주장이다.
또 유도자는 아예 현장에 배치조차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매뉴얼상 '3인 1조' 준칙을 명확히 어긴 셈이다.
당시 작업반장 A 씨는 "(평소 작업현장은) 유도자(신호수)가 없이 운영이 됐었다"면서 "사고 당시 다른 기계를 보고 있어 현장에는 없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동자 B 씨는 "사고가 난 공정은 지게차의 이동이 빈번한 곳으로 당시 사고의 가장 책임은 신호수 부재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작업반장도 돌발적인 인원 보충이 필요한 공정이 생기면 대체 근무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게차 운전자 혼자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월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A 씨와 공장장 C 씨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사고 현장에 유도자를 실제 배치했는지와 A 씨에게 대체 근무 지시를 내렸는지 등 사측이 안전관리를 매뉴얼대로 했는지 여부다.
경찰은 당시 유도자가 현장에 배치되지 않은 점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병원에 입원 중이다. 현재 (내가)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며 "이번 안전사고도 최근 알게 됐다. 광주노동청과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forthetru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