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농토피아 전원마을, 함량미달 조경수에 과도한 식재비 투입 논란


군, 소나무 29그루 이식 비용 1억 300만 원 투입
조경 전문가 "5000만 원이면 충분"
조경용으로 부적합…전면 재시공 여론도

전남 함평군이 신개념 농촌마을을 표방하며 추진한 해보면 농토피아에 식재된 함량 미달의 소나무. /이병석 기자

[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전남 함평군이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해보면에 조성 중인 '농토피아 전원주택단지'(농토피아)의 조경시설이 '부실·함량미달'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농토피아는 함평군이 주택용지와 농업용지를 동시에 분양해 귀농 희망자와 은퇴자들이 도시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도 자연 속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군이 이 신개념 농촌마을을 통해 귀농·은퇴자들을 유인해 정주인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실한 조경시설 때문에 조경·조망 등 주변 환경을 주거시설의 핵심 가치로 여기는 귀농·은퇴자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함평군 주무부서는 지난달 농토피아 택지에 1억 4000여만 원을 들여 조경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는 농토피아 부지 내 녹지에 있던 소나무 29그루를 주택단지로 이식하는 작업으로, 공사비는 1억 300만 원이 투입됐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진과 현장을 둘러본 한 조경 전문가는 "바로 옆 녹지에서 소나무 29그루를 옮기는 데 1억 300만 원의 이식비가 투입됐다면 그루당 355만 원이 책정됐다는 것인데, 이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공사비다"며 "이동 거리를 감안할 때 넉넉잡아 50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식재된 소나무가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경 전문가는 "이곳에 식재된 소나무의 직경은 빈약한 데 반해 수고(나무높이)는 25m에 이를 만큼 지나치게 높다"며 "대개 이런 소나무는 햇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난 것으로 전원마을 조경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했다.

축산자원개발부 이주자 택지에서 옮겨온 것으로 알려진 소나무 16그루는 더 가관이다. 이 중 절반가량의 소나무는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조악한 수준이었다. 군은 이 부실한 소나무를 식재하는 데 3600만 원을 들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택지 조경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토피아 인근 산내리의 한 주민은 "도로변 자그마한 공원의 조경수도 이보다는 훨씬 낫다"며 "지역에서 처음 시도되는 개념의 전원마을이니 만큼 전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접한 광주에서 농토피아를 방문한 한 은퇴자는 "대도시에서 접근성이 좋아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조경을 보니 실망이 크다"며 "신개념 전원마을을 표방한다면 수준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농토피아 조성을 맡고 있는 군 주무팀장은 "예산 절감을 위해 조경수를 따로 구입하지 않고 농토피아 구역 내 녹지에서 단지로 소나무를 이식했다"며 "미진한 부분은 추후에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함평군이 총 95억 원을 투입한 해보면 농토피아는 △주택용지 55세대 △농업용지 4필지 △텃밭 17필지를 조성중이다. 분양가는 주택용지 60만 원, 농업용지 18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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