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尹 비상계엄'에 떠오른 5.18 트라우마…"죽을 것 같은 느낌 들어"


정현애 박사 "기본권 없이 체포·구금하는 계엄…해프닝일 수 없어"
"정부·여당의 권력 위한 정치…시민 집단지성 믿어야"

정현애 박사./페이스북 캡처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5.18 이후 이제 좀 잊고 지내는가 했는데 비상계엄 한 마디에 온 몸이 떨렸다."

정현애 박사(72)는 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 3일 일어난 초유의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숨이 막히고 몸이 떨렸다고 말했다.

그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표현한 것은 45년 전인 1980년 5월 17일에 일어난 일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의 남편은 김상윤 씨로, 1974년 전남지역 민청학련 사건의 주역이었다. 남편은 5.18이 일어나기 하루 전 날 갑자기 들이닥친 무장 군인들에게 체포되어 끌려갔다. 소위 예비검속 대상자로 잡혀간 것이다.

정 박사는 "당시 비상계엄 상황 속에서 제주도만 빠져 있었는데 5월 17일 자정을 기해서 제주도까지 확대 적용되었다"며 "저녁에 갑자기 4명의 무장군인이 들이닥쳐서 남편을 불법 체포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잡혀가고 정 박사는 홀로 녹두서점을 지키며 윤상원 열사와 투사회보 발행과 배급을 했다. 5.18 이후 정 박사도 상무대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되어 갖은 고문을 받는 고초를 겪었다.

정 박사에게 비상계엄은 이제 지난 옛일로만 인식되고 있었는데, 지난 3일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오늘 현실에서 재현됐다.

정 박사는 "저녁에 뉴스를 듣고 갑자기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온몸이 떨리고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다"면서 "오래전 일이라 평온을 되찾은 줄 알았는데 몸은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온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껴서 한밤중에 남편과 함께 산책을 했다. 한동안 돌아다녔더니 좀 괜찮아졌다"고 했다.

정 박사는 계엄령 해제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불가'와 '짧은 시간의 해프닝' 등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권력을 위한 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미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특정 세력들을 위한 권력 유지로서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그만 대통령 자리를 내려놓고 한시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계엄 해제 이후 행보를 보면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묻자 정 박사는 "5⋅18 당시 때도 그랬지만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5.18 당시에도 그랬지만 우리 국민들은 본인 스스로도 안정과 행복을 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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