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비상계엄에 묻힌 경기교육청의 20억 짜리 국제포럼


2~4일 2800여 명 참석 성황 '자평'…"보여주기식 행사" 지적도

경기도교육청이 2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을 개막하고 있다./경기도교육청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교육청 등이 20여억 원을 들여 수원에서 개최한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이 사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4일 폐막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교육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장이었다고 자평했으나 폭설 피해와 비상계엄령 사태 등으로 도민의 관심도는 떨어져 ‘집안 잔치’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

5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이번 포럼에는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사흘레-워크 쥬드 전 에티오피아 대통령 등 국내외 교육 전문가, 교육연구가, 교사 등 56개국 2800여 명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국제미래교육위원회 보고서가 제안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고 도내 학교와 교육기관 등을 탐방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공교육의 가치와 역할을 확대하는 ‘경기미래교육’을 주제로 연단에 직접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포럼 직전인 지난달 26~28일 도내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 교육 현장의 호응은 그리 높지 않은 분위기였다.

당시 도내에는 평균 26㎝의 눈 폭탄이 쏟아져 전체 26%인 1200여 개교가 휴업했다. 나무 쓰러짐, 차양막 파손 등 시설물 피해를 호소하는 곳만 70개 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령 선포는 포럼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국내외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교육계에서조차 의제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포럼의 핵심 의제였던 교육 불평등·격차 해소 등도 되레 도교육청의 교육정책 기조와 엇박자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월성 교육을 우선하는 기류를 보이면서도 겉으로는 ‘포용적 교육’을 협의하는 포럼을 주최하는 것이 '이중적' 행정이라는 얘기다.

도교육청은 임 교육감 취임 이후 교육 서열화, 차별화 우려가 많은 과학고등학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번 포럼을 위해 19억 9000만 원을 투입했다. 교육부 등의 예산을 합하면 그 비용은 모두 24억여 원에 이른다. 도교육청은 포럼 홍보를 위해 별도의 자체 예산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는 "호응이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면서 "이번 행사를 면밀하게 평가하고 분석해 학생, 교직원, 학부모, 교육행정가 등이 참여하는 국내 포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교육을 살린 뒤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경기지부 관계자는 "도교육청은 공유학교, 온라인학교 등 학교 외적인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과밀학급, 과학고 신설로 사교육은 폭증하고 경쟁교육을 조장하면서는 공교육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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