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청도군 소싸움 타령,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

청도군이 소싸움경기를 둘러싸고 과예산과 부작용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김광원 작가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경북 청도군은 오래전부터 소싸움의 메카를 자처해왔다. 지난 2002년 제정된 '전통소싸움경기에관한법률'에 의거해 합법적인 소싸움 경기 사업에 나섰다.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명분과 함께 군은 이 소싸움 경기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이 업무를 맡을 청도공영공사를 설립했다. 소싸움 경기로 인해 관광수입이 증대하고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는 물론 스페인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자료를 뿌렸다.

그러나 그 원대한 포부는 20년이 지난 지금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됐다. 수익 창출은커녕 매년 6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더 요원하다. 청도공영공사 직원조차 '보조금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이라고 토로한다.

청도군이 명분으로 내걸었던 전통문화 계승을 두고도 지역 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옛날 사람들이 하면 다 전통인가. 오래된 놀이는 무조건 계승해야 하는가. 군의 논리대로라면 예전 주막에서 횡행한 투전이나 마때기(불법 사설경마)도 당당히 '전통 문화'의 영역에 넣어야 한다. '투전'과 '봉산탈춤'이 같은 위상이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그 사이 동물을 대하는 대중의 감수성이 높아져 이제 소싸움은 투우처럼 동물학대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소싸움장 운영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소싸움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다. 그런 소싸움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상품 개발로 연결될 수가 없다.

혹자는 투우만큼 격렬하지 않아서 괜찮다고 하지만 소에게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학대다. 소는 원래 점잖은 짐승이다. 싸움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우직하고 순한 짐승을 싸우게 만들려니 사람이나 짐승이나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그걸 지켜보는 관중들이 흥미를 느낄리 없다.

적자가 나더라도 보전해야 할 명분이 있는 전통문화라면 누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까. 혈세 낭비에 지역 이미지 훼손까지, 지역민이라면 누구라도 복장이 터질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도군청은 수시로 '사상 최대의 예산을 확보했다', '군수가 노력해 예산을 많이 끌어왔다'는 자료를 뿌려대며 군수 치적 쌓기와 언론사 길들이기에만 급급하다.

항아리에 물을 많이 길었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독이 깨져 있다. 청도공영공사 같은 곳이 한두 군데랴, 하고 소리를 높이는 군민이 한둘이 아니다. 예산을 많이 받는 게 문제가 아니다. 깨진 독부터 고쳐야 한다.

청도군은 올초부터 조각상 사기를 당하고 여러 가지 논란으로 혈세낭비의 전국적인 표본이 되어가고 있다. 혹자들은 청도의 이미지가 갈수록 나락으로 가는 것에 대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가져와 쓰는데만 급급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며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읍소한다.

이런 상황에도 김하수 청도군수는 소가 되어 밭을 갈겠다고 하는 건가. 구멍난 항아리를 메꾸는 두꺼비 역할부터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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