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의성=박영우 기자] 경북 의성군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성추행·학대 사건의 피해 학생이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처로 오히려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 학생 A 군은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같은 반 동급생인 B 군과 C 군으로부터 심각한 학대와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A 군에게 동물 사료를 강제로 먹이고 구타했으며, 성적 학대까지 가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학대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해 피해자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특히 최근 체험학습 과정에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같은 버스에 동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교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일로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후 "경찰에 고발하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 학생들과 분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에 대한 출석 정지 등 강력한 조치가 없이 단순 분리만 이뤄졌고, 체험학습 같은 활동에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함께 참여시킨 점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이런 상황에서 체험학습에 참석하게 한 것도 이해할 수 없고, 피해자를 가해자와 같은 버스에 동승시킨 학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학교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 측은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학교폭력위원회는 12월 초에야 열릴 예정"이라며 교육청의 늑장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이번 사건은 경북도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포항 한 고등학교 유도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당시에는 피해자가 더 무거운 징계를 받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이런 사실이 지역에 알려지자 주민들 또한 "교육 당국이 피해 학생 보호를 우선시하지 않고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리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하지 않는 것은 2차 가해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피해자가 학대의 기억을 떠올리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심각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의성교육지원청과 경북도교육청은 "학교폭력위원회의 독립성 때문에 개입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 당국과 학교의 미온적 태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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