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최근 경기도내 일부 학교가 성 유해도서로 분류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작품을 폐기해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용실적이 저조하거나 공간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책을 없앤 학교도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더팩트>가 입수한 도교육청의 ‘한강 작가도서 폐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등학교 학교도서관에서는 2020년부터 지난 9월까지 한강 작가의 작품 614권을 폐기했다.
유해도서 사안과는 별개로, 한강 작가의 책이 학교 도서관에서 밀려난 사례다.
연도별로는 2020년 54권, 2021년 100권, 2022년 109권, 2023년 214권,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135권이다.
교육지원청별로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 내에서 가장 많은 60권이 폐기됐고 △성남교육지원청 59권 △수원교육지원청 51권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48권 △용인과 부천교육지원청 각 47권 △안산교육지원청 44권 등의 순이다.
그 사유도 다양했다.
훼손이나 파손 등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도 △장기 미대출 △공간 부족 △중복도서 △분실 등도 다수 확인됐다.
화성·오산교육청 관할의 한 학교는 올 들어 ‘소년이 온다’ 11권을 도서관이 좁다며 폐기했다고 한다.
포천교육지원청 내 한 학교도 같은 책이 많다며 올해 ‘소년이 온다’ 4권을 없앴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내 한 학교도 올해 이용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채식주의자’ 2권을 폐기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9~11월 각 교육지원청에 보수 학부모단체의 주장이 담긴 기사 등을 공문으로 전달해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공문에는 ‘부적절성이 심할 경우 폐기 가능’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교육적 측면에서 자체 판단해 운영하시기 바란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논란이 있는 도서는 사실상 없애도록 처리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각 교육지원청을 통해 도교육청 지침을 전달받은 도내 2490여 개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 등 총 2517권을 성교육 유해도서로 결정해 폐기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런 조치에 비판이 일자 "1개교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2권을 없앤 게 전부"라며 진화하기도 했다.
당시 논란과 별도로 한강 작가의 책이 다수 폐기된 데 대해 도교육청은 "전반적인 도서 상태와 이용 상황 등을 반영, 매년 학교에서 조치한 사례 중 한강 작가의 책이 몇 권이나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구입 등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찾는 학생이 있으면 다시 살 수는 있으나 파악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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