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권자 아니다"…국내 최초 HIV 장애 인정 소송 원점으로


"처분권자가 아닌 대명 6동 행정복지센터장이 반려"

13일 HIV장애인인정을위한전국연대가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구=김채은 기자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후천성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국내 첫 행정소송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구지법 행정1단독(부장판사 배관진)은 HIV 감염인 A(70대) 씨가 대구시 남구청장과 대명6동 행정복지센터장을 상대로 낸 장애 등록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남구청장에 대한 부분은 기각, 대명6동 행정복지센터장에 대한 부분은 인용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A 씨는 HIV 감염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대구 남구 대명 6동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 등록 신청을 했지만 구비서류(장애진단 심사용 진단서) 미비로 반려 처분을 받았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 등록을 위해선 의료기관에서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HIV는 병으로는 인정되지만 장애 유형에 포함돼 있지 않아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어 A 씨는 센터에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당초 A 씨는 남구청장을 피고로 소송을 재기했지만, 지난 6월 26일 열린 2회 공판에서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상 공문에 처분을 내린 당사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한다며 원고 변경을 권고했다.

하지만 피고를 대명 6동 행정복지센터장으로 변경하더라고 처분 권한이 없는 행정 관청이 처분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가 돼 소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구청장 명의로 나간 장애 등록 반려 처분 서류를 받아 다시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2회 공판에서 예고한 대로 재판부는 남구청장을 소송 당사자로 볼 수 없다고 보고 기각했다.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장애 등록 서류는 행정복지센터를 거쳐 제출할 수밖에 없고, 행정복지센터장이 남구청 공무원인데 남구청장의 권한이 아니라는 지적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 장애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을 내리지 않아 향후 남구청장에게 직접 장애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A 씨는 절차에 따라 서류를 제출했지만 행정상 잘못으로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7개월이란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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