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진현권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대독한 것에 대해 " 정부의 비전과 정책 기조를 발표하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정말 걷어차고 총리가 대독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5일 오전 도청에서 2025년 경기도 예산편성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무총리 시정연설 대독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저는 정부 예산을 오랫동안 책임졌던 사람이고 나라 살림을 오래했던 사람이다. 지금 12년 만에 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한 것은 국회와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일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는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다. 지난주 제가 유럽 출장에서 만났던 많은 지도자들, 전문가들과 대화 속에서 국제 경제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법 그리고 내년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알려줄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첫 번째 대통령으로도 모자라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대독하게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저는 어제 시정연설 내용을 보면서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도 거슬렸다"며 "지금 현안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실제로 세수 펑크, 남북관계 악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 등 이런 현안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2년 반 동안 하루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던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지사는 "여전히 양적 성장에 치중한 GDP 중심의 사고라든지, 건전 재정을 긴축 재정으로 호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단히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의) 여러 가지 잘못된 정책 방향과 예산 편성이 국회의 심도 있는 예산심의를 통해 제대로 잡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내외 위기와 어려움을 강조한 뒤 취임 이후 성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시장경제와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민간주도 성장으로 바꾸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가신인도를 지켰고,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해 국가의 성장동력을 되살렸다.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했고, 무너진 원전 생태계도 복원했다"고 자화자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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