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진현권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유럽 순방에서 시간을 쪼개 20대 청년들과 적극 소통했다.
김동연 지사는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를 찾아 한국 유학생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선 해외취업에 도전하는 경기도 대학생들을 만나 격려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 한국 유학생과 간담회
김동연 지사가 찾은 에인트호번 공대는 델프트공대, 트벤테 공대와 함께 네덜란드 3대 공대로 꼽힌다. 이 대학 출신들이 ASML 등 세계적 기업으로 진출해 핵심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 지사와 유학생들과의 간담회에는 최예린 한인학생회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데이터사이언스, 반도체소자, 심리과학도에서부터 컴퓨터공학, 응용수학, 화학공학 등의 다양한 학문을 전공하는 유학생들이 자리했다.
김 지사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눈이 초롱초롱한데, 여러분들의 전공을 들으니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다. 자기개발과 자기성숙을 위해 힘쓰시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더 얘기하면 ‘꼰대’라고 할 것 같다"고 인사말을 마쳐 폭소가 터졌다.
김 지사는 학생들과 샌드위치, 콜라로 점심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김 지사 역시 유학생 출신인 걸 알게 되자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동연 지사는 공무원 시절 미국 미시간대에 유학하면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생들이 유학을 가게 된 계기를 묻자 김 지사는 "가방 끈을 길게 하려고"라고 답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김 지사는 "집안이 어려워 상고를 다니다 17살에 직장(은행)에 들어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를 다녔다. 운이 좋아 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을 했는데 (근무처인) 기재부에 ‘나와 같은 사람은 나밖에’ (상고, 야간대 출신) 없더라"면서 이처럼 말했다.
한 학생은 "유학할 때 영어에 어려움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에인트호번 공대는 수업을 영어로 한다고 한다. 김 지사가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김 지사는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햄버거 가게 종업원들이 다 내 영어 스승이었다. 몇 마디라도 더할까 애를 썼고, 아무튼 자꾸 부딪쳤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 지사는 학생들의 전공과 진로에 대한 계획을 일일이 물은 뒤 "꼭 한국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글로벌하게 누벼라. 여러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심히 도전하라. 그런 여러분들의 발전과 성숙이 모이면, 여러분들이 (꼭 한국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 있든 대한민국에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여러분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면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경기청년 만나 해외취업-창업 독려
앞서 김 지사는 현지시간 지난달 2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센터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전시회 참관에 앞서 경기도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했다. ‘경기청년 해외 취창업 기회 확충사업’에 선발된 학생들이었다.
경기도는 도내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12개국(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호주, 대만, 싱가포르, 인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 달간 해외기업 현장체험을 하며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김 지사가 만난 학생들은 박세림(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씨, 신예지(아주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씨, 장진주(용인대 AI학부) 씨, 서하늘(한국외대 국제학과) 씨, 이재연(동국대 경영정보학과) 씨 등이었다.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박건영 영산그룹 이사와 김승 MimoMimo(미모미모) 대표도 간담회에 참석했다. 5명의 학생들이 방문했던 기업들 중 두 곳이다.
비엔나에서 경기도 대학생들을 만난 김동연 지사가 먼저 "와 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좋다"고 했다. 또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도지사님 뵈니까 너무 신기하다"는 말도 나왔다.
한 학생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취업하기를 원하고 있어 이번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도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면 저희가 쉽게 현지 기업 방문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건영 영산그룹 이사도 "저희도 한국 청년들을 많이 필요로 한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화장품기업 MimoMimo 김승 대표도 "여기서 학생들을 만나고 제 사업도 소개할 수 있어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학생들이) 너무 듬직하다. 어제 오스트리아 노동경제부장관을 만났는데, 경기도하고 협력관계를 반도체, 화장품, 바이오약품, 신재생, 자동차 등 최소 5개를 같이하기로 했고 비즈니스 포럼도 경기도랑 같이하기로 약속을 해서 아마 더 좋은 기회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는 김 지사가 총장을 지낸 아주대 출신 학생(신예지 씨)도 있었다. 신예지 씨는 김 지사가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로 입각한 바로 다음해(2018년)에 입학한 학생이었다.
신 씨는 "지사님이 총장 시절 만든 ‘파란학기제’에 저도 참여해 수혜를 입었고, 총장 북토크(총장 시절 특정 책을 정해서 읽고 학생들을 만나 소통한 자리)나 총장빵 이벤트(총장이 빵을 나눠주며 격려한 행사) 같은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들에도 다 참여했다. 학생들한테 (지사님이) 인기 너무 많았다. 이 프로그램(경기청년 해외취창업 기회 확충사업)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파란학기제는 김 지사가 아주대 총장 시절인 2016년 도입한 제도로, 학생 스스로가 공부하고 싶은 과제를 정하면 과목으로 인정해 학점을 받는 체계다. 자기주도 성과와 기존 교육과정과의 차별성 등의 기준으로 도전과제를 심의한다.
김 지사는 잠시 아주대 총장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번에 샌프란시스코를 갔더니 웬 청년이 졸졸 따라오더라. 내게 다가와서 아주대 졸업생인데 ‘애프터 유’(AFTER YOU)하고 파란학기가 인연이 돼서 조지아테크 박사 과정 5년차에 있다더라. 저한테 ‘그때 파란학기, AFTER YOU, 또 총장 북 클럽(토크)을 했던 학생들이 그때 그 경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하더라. 내 가슴이 찡하더라. 어디 아주대뿐이겠나. 우리 경기도 청년들에게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동안 많이 경험하시라. 씩씩하게 부딪치고 도전하시라."고 말했다.
애프터 유(나보다 당신이 먼저)는 부모 소득에 따라 해외 경험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인식에 따라 소득 5분위 이하 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외 연수 무료 프로그램으로, 민선8기 경기도 대표정책인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김 지사는 "짜여진 틀이나 주위에서 권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라. 처음에는 찾기가 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 표정 보니까 다들 밝고 좋다. 여러분들한테 대한민국 희망이 있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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