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한 중학교 운동부 학부모들, '민원사주' 정황 나와


가해학생 청소년 대표 자격 박탈 위해 사전 모의한 자료 확보
"연맹에 민원 넣어 알게 하라"…학부모들 간 대화 내용도

나주의 한 중학교 운동부 소속 C 군 학부모가 다른 학교 운동부 선수 학부모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민원사주 정황이 담겨져 있다./나주=김현정 기자

[더팩트ㅣ나주=김현정 기자] 최근 전남 나주의 한 중학교 운동부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 일부 학부모들이 가해 학생의 청소년 대표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사전 모의를 통한 '민원 사주' 방식으로 대한자전거연맹에 민원을 제기한 정황이 포착됐다. (10월 21일자 <더팩트> '어른 싸움 된 나주 한 중학교 운동부 학폭' 기사 참조)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 학교 사이클부 소속인 C 군의 학부모는 지난 7월 12일 ‘전남 나주 모 중학교 사이클부 소속 학부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대한자전거연맹 게시판에 올린 뒤 삭제했다.

C 군 학부모가 게재한 글에는 ‘지난 2월과 6월 학교 폭력을 일으킨 아이(A 군)가 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청소년 대표팀 훈련에 합류시킬 수 있느냐. A 군은 수시로 구타를 일삼아 왔으며, 돈을 갈취했을 뿐만 아니라 물건을 훔쳐서 되파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A 군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데다, 여학생의 목걸이를 훔치려다 피가 날 정도로 구타한 적도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게시글에 거론된 해당 여학생의 학부모가 내용이 '거짓'이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A 군이 지난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운동부 학생 3명에게 학교 폭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제1호(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2호(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6호(출석정지 5일) 등의 조치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C 군 학부모가 같은 운동부 선수 학부모들과 단체 카카오톡을 통해 실력이 뛰어난 A 군을 이번 학폭 사건을 빌미 삼아 청소년 대표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사전 모의한 정황이 나왔다는 점이다.

C 군의 학부모는 지난 7월 초 다른학교 운동부 선수 학부모와의 카톡 대화에서 '(A 군 측에) 압력을 넣어 포기 각서(청소년 대표 자격) 쓰게 하는 것보다 민원 또는 투서를 넣어 협회(자전거연맹)도 알게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그러면 입소(청소년 대표 자격)도 취소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캡처해 보내면서 "(같은 운동부 선수 아버지가 글을 올리라고) 날 시킨다고"라고 적었다.

또 "(같은 운동부 선수) 아버지가 맨날 나한테 먼저 글을 쓰라고 함ㅋㅋ"라고 하자 "(같은 운동부 선수) 아버지는 말빨, OO(C 군 학부모)씨는 글빨"이라는 대화가 오고 간 메시지 캡처본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내가 (자건거연맹 게시판에) 글 올리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안 올린다고 했는 데도, (다른 학부모가) 계속 연락 와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됐다. 다른 학부모들이 A 군이 (청소년 대표로) 가게 되면, 그 꼴은 못 보겠다고 하고' 등의 내용의 카톡을 다른 학교 운동부 선수 학부모에게 보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군 학부모는 "저희 아들과 운동부 선수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폭 사건에 대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학폭심의위 처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같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어른들이 저렇게 사전 모의까지 해서 저희 아들을 음해하고 공격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중학교 사이클 운동부 코치를 비롯한 '단톡'에 이름을 올린 C 군 학부모와 일부 학부모 등에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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