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색소폰 열정' 광주의 가을밤을 음악으로 수놓다


연령층 60~70대 전국 색소폰 동호회
광주서 일반인 등 대상 무료 공연 
"시간과 장소 구애받지 않고 나설 것"

26일 광주시 광산구 스타파티오에서 열린 2024 전국 색소폰 동호인 가을 음악에 참석한 한 동호회 연주자가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나윤상 기자

[더팩트ㅣ광주=이종행·나윤상 기자] "청춘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이다.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고 이상을 잃을 때 비로소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독일 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이름의 시' 에서 이 같이 노래했다. 희망의 꿈을 안고 '노년(老年)'을 사는 이들이 있다. 전국 색소폰 동호회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주연령층이 60~70대인 이들은 매년 한 차례씩 회원 간 친목도모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을음악회'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국 30개 색소폰 동호회가 참여하는데 광주를 포함한 회원 수는 120명. 대개 이들은 교수·공무원·악기사장·건설사장 등 출신이다.

나이 들면서도 무언가 남을 위해 '할 일'을 찾던 이들은 지난 2022년 함께 모여 '반란(?)'을 감행했다. 전국 각지에서 '전국 색소폰 동호회'가 모여 각 동호회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등 일반인을 위한 무료 공연을 펼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가을 음악회'는 같은 해 10월 제1회를 시작한데 이어,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다.

공연 비용은 회원들이 사비 5만 원씩 털어 충당했다. 26일 광주시 광산구 스타파티오에서 열린 '2024 전국 색소폰 동호인' 가을 음악에선 전국 30개 동호회원의 색소폰 연주가 2시간에 걸쳐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동호회원들은 향후 시간과 장소가 주어진다면 전국 각 동호회별로 경로당과 공원 등지에서 무료 공연을 열 계획이다. 이들의 미래 계획표는 빈 칸이 보이지 않을 많큼 일정이 빼곡히 차 보였다.

10원 한 푼 버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부르는 곳이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나설 예정이다. 가을 음악회에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각양각색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회원들은 연주 실수담, 우연히 만난 동창 얘기 등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나누며 활짝 웃었다.

박수봉 전국 색소폰 동호회 가을음악회 준비위원회장은 "퇴직 후에도 작지만 내 자신과 남을 위해 뜻깊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며 "그간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을 키워 색소폰 연주자로서 남들 앞에 떳떳이 선 내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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