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시흥=김동선 기자]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특히 경기 시흥시에서는 높고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자연경관, 그에 어울리는 조형물들이 공간과 쓸쓸한 마음을 달래준다.
일몰 스폿 시화호 경관 브리지에서는 바다로 내려앉는 붉은 노을에 물들 수 있다. 거북섬으로부터 300m가량 뻗어있는 경관 브리지에 오르면 바다와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해방감을 경험한다.
24시간 개방돼 있어 새벽에는 일출을, 저녁에는 일몰을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밤이 되면 다리를 따라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조명이 가을밤 바다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노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거북섬 뒤쪽에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매일 또 다른 해넘이를 기다리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슬픔에 잠길 때면 석양을 좋아하게 된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석양을 바라보는 기쁨을 유일한 위안거리로 삼고 그 찰나를 위해 매일 기다림을 감내한다.
거북섬에 방문하면 친구가 된 사막여우의 옆에서 온전히 기쁨 가득한 석양을 누리고 있는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다. 외로움과 무료를 걷어내고 함께라는 의미를 배웠기 때문이다.
15만 평 규모의 갯골생태공원은 자연생태계가 보존돼 있어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자연을 접할 수 있다. 서해안의 특성인 조수간만의 차를 그대로 볼 수 있고 칠면초, 나문재 등 염생식물이나 붉은발농게, 방게 등 생물 관찰도 가능하다.
갯골의 가을이 특별한 이유는 다양한 가을 식물이 보여주는 형형색색의 경치 때문이다. 코스모스가 너른 벌판에 펼쳐지고, 고흐 그림을 옮겨놓은 것 같은 해바라기밭이 노랗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흔들전망대를 감싸는 갈대밭은 바람에 맡기고 흔들리며 가을 정취에 스민다. 핑크뮬리 사이로 조성된 포토스폿에서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사진으로 추억 남기기가 한창이다.
곰솔누리숲은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주거단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성된 인공녹지다. 2018년 차도와 하천으로 단절됐던 전 구간을 연결, 시민들의 산책과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야생동식물의 서식처기도 하다.
가을이 되면 길게 뻗은 단풍길이 일품이다.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분주함이 사라지고 가을에 흠뻑 물든다.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려오면 마음에 솟아나는 여유로 충만해진다. 곰솔누리숲에서 배곧한울공원까지 이어진 4.6km 구간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2022년 전국 10대 플로깅 코스로 선정했다.
소래산은 해발 299.4m 나지막한 산이다. 바위가 많은 돌산으로 알려졌지만 봄에는 철쭉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온 산이 뒤덮여 계절을 즐기기에 좋다. 특히 시흥시ABC행복학습타운에서 소래산 놀자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는 코스에서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정상까지 완만한 돌계단 길을 오르다 보면, 길 한편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2001년 국보로 지정된 마애보살입상 병풍바위다. 12m 거불 소래산 마애보살입상이 시흥 일대를 굽어보고 있는 모습이다.
해발 299.4m 소래산 정상 표지석을 만났다면 중요한 지점에 다다른 셈이다. 모양새는 흐릿하지만 자세는 또렷한 거불처럼, 하늘과 나로 채워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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