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전주=이경선 기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의 혁명을 재조명하고, 각국의 혁명 기념방식을 분석하는 국제포럼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전북 전주에서 열렸다.
전주시(시장 우범기)와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박민수)는 25일 완산도서관에서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 혁명의 기념공간’을 개최했다.
시는 지난 2021년부터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방식으로 ‘문화와 예술’을 선택해 매년 혁명이 품고 있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예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기념하기 위한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4회째를 맞은 올해 포럼은 ‘혁명의 기념공간’을 주제로 진행됐다.
시가 이처럼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동학농민혁명의 영웅과 민중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노력과 성취를 전주의 이름으로 종합하고 정리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특히 올해 국제포럼에는 전주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재단이 초청돼 이목이 집중됐다.
만델라의 정신과 동학농민혁명은 그 출발과 배경은 상이하지만, 정의와 평등, 평화와 화해라는 21세기의 시대적 질문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제포럼의 기조발표를 맡은 목수정 작가는 이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서 날아왔다.
이번 국제포럼에서는 먼저 목수정 작가가 ‘프랑스혁명의 기억과 기념 : 2024 파리 올림픽을 사례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프랑스의 혁명과 기념방식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목 작가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무뚝뚝했던 파리시민들은 올림픽 기간에는 ‘노래를 멈추지 않는 열광적인 청중’으로 깨어났다"면서 "우리가 무심히 바라봤던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프랑스혁명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게 했고, 이러한 노력은 파리시민들에게 잊혀가는 혁명의 정신의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잔딜레 미예카(Zandile Myeka) 넬슨 만델라 재단 큐레이터와 레미 뒤틸레(Remy Duthille) 프랑스 보르도 몽테뉴 대학 교수가 각각 남아공과 미국·영국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혁명을 기념하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레미 교수는 영국의 혁명 기념물과 기념 공간을 분석한 후 "혁명조차도 그 자체가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기념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해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남기기도 했다.
세 번째 발표에 나선 제임스 크라플(James Krapfl)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 교수도 앞선 사례와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가 혁명을 기념할 때 무엇을 기념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혁명은 기존의 의미체계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경험으로 진행됐지만, 그것을 기념할 때는 혁명의 순간과 대비해 현재의 제도와 관행이 얼마나 정당한가를 묻는다"면서 "세계 어디에서든 혁명을 기념할 때,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며, 지난 35년간 중유럽에서의 혁명에 대한 기념은 그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임영선 가천대학교 명예교수는 정읍 황토현의 농민군상을 설계한 조각가로, 친일작가의 손으로 제작돼 오랜 세월 황토현에 홀로 서 있던 전봉준 동상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동학농민혁명 군상을 세워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가치를 가장 잘 표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영선 교수는 "이 군상의 기단을 낮게 설정했는데 이는 관람객들이 자유스럽게 작품에 다가가 함께 어우러져 생생한 조각의 표면을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역사를 체험하고 소통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시는 지난 2021년 ‘혁명문학과 영화’로 시작해 2022년 ‘혁명의 음악과 노래’, 지난해 ‘혁명의 미술’, 올해 마지막 주제인 ‘혁명의 기념물과 기념공간’을 주제로 기념사업을 전개해왔으며, 내년에는 다시 ‘혁명문학과 영화’를 주제로 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범기 시장은 "이번 포럼은 동학농민혁명을 비롯해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세계 각국의 혁명을 다시 조명하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혁명의 가치를 어떻게 계승하고 지속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면서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였던 전주시는 앞으로도 혁명을 기념하고 동학의 정신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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