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읍 = 곽시형 기자] 정부의 양곡 수급안정대책에 따라 농협경제지주가 시장격리곡을 매입하고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경제지주의 매입 자금을 분할 정산하는 ‘농협 채권 및 정부양곡 정산사업’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시행되어 온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 따른 국고채무부담행위로서 채권 발행 및 채무 부담 금액, 상환 방법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시·고창군) 의원은 24일 국정감사 후속 조치로 '국가재정법' 제25조에 따른 국고채무부담행위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협 채권 및 정부양곡 정산사업'에 채권 발행 및 채무부담 등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윤준병 의원은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양곡 수급안정대책에 따른 시장 격리를 위해 농협경제지주의 우선 매입 및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후 정산 방식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음을 밝혀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경제지주가 시장격리곡을 매입한 자금에 대해 '양곡관리법' 제16조 제3항에 따라 분할상환하는 방식으로 정산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 등에 양곡을 매입 또는 판매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일 뿐, 농협경제지주의 시장격리곡 매입 자금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상거래 방식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윤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윤 의원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상거래 방식은 '국가재정법' 제25조에 따른 국고채무부담행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따른 채무부담 금액이나 상환 연도 등을 명시하지 않고 있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런 지적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재정법' 제25조 국고채무부담행위의 예외가 되는 '법률에 따른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윤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법률에 따른 것'에 양곡관리법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윤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시장격리곡 매입 자금 방식의 위법 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지난 25일 '국가재정법' 제25조에 따른 국고채무부담행위로서 예산에 명기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협동조합이나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양곡을 매입하게 하는 경우 매입 가격과 규모에 대해 미리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채권의 발행 및 종류·채권의 이자율·채무부담 금액·원리금 상환 방법과 상환시기 등의 사항을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며, 매 회계연도마다 결산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윤준병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수급안정대책에 따른 시장격리곡을 농협경제지주가 자체 자금 등으로 우선 매입하게 하고, 이후 분할상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해 왔다"며 "이는 외상거래방식으로서 '국가재정법' 제25조에 따른 국고채무부담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채무를 부담하거나 상환금액 및 기간 등을 예산에 담지 않고 있어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이에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집행되었던 농협 채권 및 정부양곡 정산사업의 위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 발행 근거와 채무부담 금액, 원리금의 상환 방법과 시기 등을 차년도 예산에 반영하고, 매 회계연도마다 결산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며 "정부의 농업 대책의 투명한 재정 운영을 위한 개정안이 신속히 논의되어 하루빨리 위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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