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용인=김원태 기자] 3000억 원 넘는 무기 도입 시 필수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소요검증 절차가 유독 대통령 관심 사업만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경기용인병) 의원이 24일 공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소요가 결정된 방위력개선사업 가운데 총사업비가 3000억 원이 넘는 사업 20건 중 대통령 국정과제에 해당하거나 북한 드론 대비 사업 6건이 필수 절차인 소요검증을 실시하지 않거나 국방중기계획 반영 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3000억 원이 넘는 사업은 방위사업법 제13조에 따라 소요검증에서 타당성이 검증된 사업만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국방부는 시급성과 중요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대통령 관심 사업 6건에 대해서만 소요검증 관련 예외 조항을 적용해 의혹을 사고 있다.
6건 사업 중 4건은 대통령 국정과제 사업이다. 군정찰위성-Ⅱ, 함대공유도탄-Ⅱ(대탄도탄), 장거리 살포식 지뢰 사업은 국정과제 '압도적 한국형 3축 체계 능력 확보'에 해당하고, 유무인 전투기복합체계는 국정과제 'AI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단계적 전환'에 해당한다.
나머지 2개 사업은 소형드론 킬러드론과 고출력 전자기파 대공무기다. 이 사업들은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용산 비행금지 공역(P-37) 침투 직후 소요가 결정됐다.
소형드론 킬러드론은 재머를 달고 비행하는 드론으로 적 드론을 격추하고, 고출력 전자기파 대공무기는 전자기파(EMP)를 방출해 적 군집 드론을 무력화하는 무기체계다.
6건의 사업들은 대부분 개념을 구축하는 단계로 구체성이 현저히 떨어져 실제 소요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부 의원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드론을 재밍으로 격추하는 소형드론 킬러드론이 요격 미사일보다 운용이 어렵거나 값이 과도하게 비싼지 검증이 필요하다.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제는 KF-21을 모체로 무인기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KF-21은 전력화되지도 않았고, 어떤 무인기가 협업 대상이 될지는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다.
부 의원은 "소요검증은 방위사업청장이 주도하는 무기 도입 예산 집행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타당성을 검증하고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제도인데, 대통령 앞에서 완전히 무력화됐다"며 "향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해당 사업들을 꼼꼼히 따져 국민 세금이 제대로 군사력 건설에 사용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할 것이며,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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