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읍 = 곽시형 기자] 농협 비상임 조합장 10명 중 2명이 4선 이상이고, 심지어 10선과 11선을 한 비상임 조합장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상 농협 상임 조합장의 연임은 2차례로 제한되지만 비상임 조합장의 경우 연임에 제한이 없다.
특히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폐지'의 선심성 공약까지 나왔던 만큼 상임·비상임의 구분 없이 조합장의 장기 집권에 따른 무소불위의 권한을 키우지 못하도록 연임을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시·고창군)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농협의 상임·비상임 조합장은 총 1111명이며, 이 중 상임 조합장은 527명, 비상임 조합장은 584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농업협동조합법 제45조 제4항에 따라 자산총액이 2500억 원 이상인 경우 비상임 조합장을 도입(미만일 경우 상임 여부 자율)하고, 신용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상임 조합장에 비해 비상임 조합장은 업무 권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비상임 조합장도 상임 조합장과 마찬가지로 지역 조합의 대표권자로서 직원 임면권 행사 등을 통해 조합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전체 비상임 조합장 584명 중 4선 이상 비상임 조합장은 108명(1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4선 63명(10.8%), 5선 27명(4.6%), 6선 10명(1.7%), 7선 6명(1.05%)이었고, 심지어 40년 이상인 10선·11선 비상임 조합장도 각각 1명(0.2%)씩 존재했다.
비상임 조합장의 무제한 연임에 따른 무소불위의 권력은 각종 채용 비리와 특혜성 대출, 일감 몰아주기 등 조합 사유화로 이어지면서 조직을 병들게 하고, 농협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오랜 시간 지적돼 왔다. 올해 2월 이천의 한 농협에서는 상임 조합장 직을 비상임 조합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대의원 67%의 반대로 의결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의 경우 상임 조합장과 비상임 조합장 구분 없이 모두 2차에 한해 연임을 제한하고 있으며, 수산업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상임 조합장은 2차에 한해, 비상임 조합장에 대해서는 1차에 한해 연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데도 지난 1월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조합장들의 표심을 노린 선심성 공약이 쏟아졌고, 그중 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공약마저 제시됐다. 이는 타 조합과의 연임 제한 규정과의 형평성은 물론, 농협 개혁 의제로서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 필요성과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비상임 조합장은 전문경영인에게 운영을 맡겨 조합원의 실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영구적인 임기 연장 수단으로 전락한 상태"라며 "비상임 조합장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폐단이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임 제한 규정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조직이 개선 의지도 없고 자정능력도 없는 것으로 이는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특히 다른 협동조합의 연임 제한 규정은 물론, 농협 개혁 의제로서의 연임 제한의 목소리가 높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오히려 상임조합장의 연임 제한 폐지라는 ‘조합장의 제왕적 권력 확대’ 공약까지 나왔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비상임 조합장의 무제한 연임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한 입법 개정 등의 대안을 제시해 농협이 진정으로 농업과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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